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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솔로몬 탈무드 / 이희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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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솔로몬 탈무드 / 이희영 지음

입력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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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탈무드 / 이희영 지음동서문화사 발행ㆍ2만5,000원

탈무드만큼 널리 알려진 책도 드물다. 유아 그림책과 동화책부터 우화집, 경제경영서, 부자되는 비결과 처세술을 가르치는 실용서에 이르기까지 탈무드는 풍성한 소재와 가르침의 젖줄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유대인을 제외하고 탈무드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없다. 5세기에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편찬된 1,000년간의 구전문장을 번역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탈무드를 감질나게 접했던 사람들에게 ‘솔로몬 탈무드’는 참으로 반가운 책이다. 현재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역사인류학, 유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저자가 1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이 책은 탈무드에 담긴 유대인 불멸의 생활철학과 예지의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세계 최고 두뇌, 최대 부호 성공집단 탄생시키는 유대’라는 부제는 저자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세계 인구의 0.2%(1,300만명)에 불과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65%, 의학상 23%을 차지하고, 미국의 언론과 금융을 쥐고 흔드는 유대인들의 교육과 성공비결을 바로 탈무드에서 찾고 있다.

탈무드는 히브리어로 ‘연구’ ‘배움’이라는 의미로 유대교의 구전율법 모음과, 가장 권위있는 법전인 ‘미슈나’에 대한 학문적 주석이다. 율법과 이에 대한 단순한 주석이 아니고 5,000년간 온갖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살아남은 놀라운 처세와 세상살이의 지혜를 모아둔 것이다.

저자는 ‘유대인은 탈무드를 만들고, 탈무드는 유대인을 만든다’고 단정하고, 탈무드의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살펴봤다. 유대인의 부자철학, 협상방식, 가정생활, 교육방식 등 15개 장으로 나누고 관련 금언, 일화, 사례 등을 동원해 유대인의 삶과 철학, 과거와 현재를 추적했다.

예컨대 ‘몸은 마음에 의지하고, 마음은 지갑에 의지한다’ ‘돈을 버는 것보다 절약하는 것이 더 어렵다’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돈을 주울 수 없다’는 말을 통해 그들의 금전철학을 설명한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 재치 넘치는 풍자와 유머를 통해 유대인들의 냉철하고 합리적인 의식세계도 뒤쫓는다. ‘인간이 숨길 수 없는 세가지는 바로 기침, 가난,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은 결혼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사랑과 증오는 언제나 과장되고 있다’는 것도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초창기 컴퓨터를 발명한 노이만, 매킨토시를 만든 제프 래스킨, 신문왕 퓰리처, 영화감독 스필버그, 금융가의 큰손 조지 소로스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유대인들의 삶과 철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1,0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탈무드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최근 조사결과와 저자가 직접 체험한 내용 등을 버무렸다는 것. 때문에 지금까지 유대인을 연구하고 분석해 내놓은 다양한 교양서, 실용서 등을 종합한 것 이상으로 심도가 있다. 유대인의 좋은 점만을 부각시키고 미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촌철살인의 교훈과 생생한 정보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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