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R.톨킨 '실마릴리온'
‘반지의 제왕’의 저자 J.R.R.톨킨(1892~1973)이 생애를 걸고 썼다는 역작, ‘실마릴리온’이 번역 출간됐다. 97년 나온 다솜미디어 본의 번역 일부를 손보고, 가계도 등 부록을 보강해 새로 펴낸 것이다.
실마릴리온은 북유럽 신화ㆍ전설에서 받은 영감으로 창조된 톨킨의 세계, 그 원대한 서사의 판타지. 책은 톨킨 세계의 시공간 창세기 격인 ‘아이눌린 달레’와 등장하는 신(神)들을 정리한 ‘발라퀜타’로 시작, 1~3시대 2만여년에 걸친 장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익히 알고 있는 ‘반지전쟁’ 시대는 3시대의 끄트머리 이야기로, 576페이지짜리 이 책에서는 달랑 2페이지 분량의 소품.
태초에 모든 존재의 운명을 지배하는 힘을 지닌 위대한 보석 ‘실마릴’이 있었다. 이를 최초의 암흑군주 ‘모르고스’가 탈취하고, 실마릴을 둘러싼 신과 요정 인간과 암흑세력 간의 길고도 격렬한 전쟁이 벌어진다(‘퀜타 실마릴리온’).
전쟁에 승리한 선의 인간들이 무한한 생명을 탐하게 되면서 신과의 새로운 전쟁을 벌이고(‘아칼라베스’), 그 전쟁에서 승리한 신의 편에 선 인간들과 요정들이 가운데 땅을 무대로 반지의 전쟁시대를 열어간다(‘힘의 반지와 제3시대’).
소설은 톨킨이 1917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무려 56년간 조각조각 써나간 것들을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이 완결된 이야기로 편집한 것. 거대 서사는 모험과 갈등, 가슴저린 사랑 등 크고 작은 이야기들로 엮어있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등에서 가볍게 언급되고 넘어가는 바람에 이해되지 않던 이야기들의 수수께끼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해서, 톨킨 마니아들은 이 책을 톨킨 문학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칭송하고, ‘반지의 제왕’ 번역도 맡았던 역자 김보원 씨도 “반지가 나무라면, 이 책은 거대한 숲”이라고 높인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톨킨 문학에 대한 정치한 지식을 선뵈면서 톨킨 마니아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이지희(26ㆍ여)씨는 ‘반지의 제왕’ 영화 자막번역에 참여한데 이어 이 책의 감수까지 맡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출간 6개월여전부터 출판사를 재촉해 온 8,000여명의 톨킨 마니아들이 자기네들만의 출판기념회 준비로 부산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책의 방대한 스케일을 일거에 소화하기에는 버겁다는 점. 마니아들은 책에 포함된 실마릴리온 지도와 주요 가문들의 가계도를 펴 놓고 봐야 하고, 좀 더 꼼꼼히 읽고 싶은 독자라면 전작들과 대조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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