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학자 송두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실정법과 변화한 현실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드러나는 판결이다.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이번 판결은 그 자체만으로 가볍지 않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논란은 그가 '김철수'라는 이름의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냐는 점과, 내재적 접근법에 의거한 그의 저술활동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전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엄격한 증거주의를 채택, 공소사실을 배척했다. 유죄를 인정하려면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판단이거니와, 국보법 위반 사건에 관한한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과도하게 지워 온 관행을 허문 판단이다. 후자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송씨의 친북 편향성은 인정하되 우리 사회가 포용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국보법에 대해 내린 한정합헌 결정의 취지에 근접한 전향적 판결로 볼 수 있다. 1, 2심의 엇갈린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주목된다.
그러나 송씨가 석방되면서 온전히 억울한 피해자와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은 온당치 않다. 많은 이들은 그가 입국 당시 노동당 가입사실과 '김철수'임을 숨기고,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울먹이는 등 여러 차례 학자적 양심과 배치되는 행적을 보인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입장이 다른 다수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서라도 송씨는 자숙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보법 개폐 논의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또다시 증폭시키는 일 없이 여야간 절제와 포용으로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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