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영애의 하루’라는 말이 나돈 적이 있다. CF 모델로서 최고 주가를 올렸던 탤런트 이영애가 여러 편의 CF에 겹치기 출연하는 바람에 TV만 틀면 그가 등장하는 CF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영애는 명실상부한 CF 간판 스타였다.간판 스타와 함께 CF에 꾸준히 얼굴을 내미는 사람이 장수 모델들이다. 같은 회사나 제품 광고가 바뀔 때마다 출연, 친숙함을 앞세워 제품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굳건한 아성을 구축해도 언젠가는 물러나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 최근 CF계에서는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간판 스타와 장수 모델 대신 새 얼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 장수모델 세대 교체
모델 교체가 활발한 곳은 가전업계. 2002년부터 모델을 맡은 뒤 LG전자 ‘트롬세탁기’ CF의 얼굴이었던 고소영은 이나영에게 자리를 내줬다. 고소영은 도회적이고 화려한 분위기로 트롬의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LG애드측은 “고소영도 벌써 30대를 넘어섰다”며 “가전 모델들이 갈수록 젊어지는 추세라 새 얼굴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 ‘딤채’의 위니아만도도 최근 무려 4년간 전속모델로 활동했던 이미연 대신 송윤아를 선택했다. 위니아만도측은 “사내 토론과 소비자 모니터링을 거친 결과 세련되고 지적인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가진 송윤아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낙점 이유’를 밝혔다.
20년 가까이 김혜자를 전속 모델로 고집해온 CJ의 ‘다시다’ CF도 김혜자의 은퇴에 따라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서 국물 맛을 보며 “그래, 이 맛이야”라고 속삭이던 ‘한국 어머니의 상징’ 김혜자 대신 젊은 탤런트 지진희와 한은정을 새 모델로 내세우는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 간판스타도 교체 바람
하루에도 여러 편의 CF에 동시에 얼굴을 보이는 이른바 CF 간판 스타들도 물갈이가 되고 있다. 새 간판스타 후보는 지진희와 한채영, 한은정 등. 최근 CF계에서 이들은 ‘제2의 한석규’와 ‘제2의 김남주’로 불린다.
먼저 지진희는 드라마 ‘대장금’,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등에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CJ 다시다, SK건설, 외환은행 CF 등에서 잇따라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건설, 금융, 전자 분야 CF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 모델로 군림했던 한석규가 오랫동안 영화 출연 등을 하지 않아 빛이 바랜 사이에 바통을 이어받은 지진희는 편안하면서도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호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연기자로서는 아직 ‘미완의 대기’로 남아있지만 한채영도 광고계에서는 이미 최고스타로 떠올랐다. ‘바비 인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빼어난 외모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앞세워 최고 CF로 통하는 가전(삼성전자 ‘하우젠’)과 이동통신(KTF) 분야의 CF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다.
한채영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여성 모델이 한은정. 코카콜라 CF로 등장했던 한은정은 섹시한 분위기를 앞세워 김남주가 출연해온 라끄베르와 비비안 등의 광고를 연거푸 꿰차며 새 스타로 떠올랐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모델이 나이를 먹어 제품과 이미지가 맞지 않거나 새 제품 교체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할 때 장수 모델을 교체하거나 간판 스타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모델에만 의존하는 광고 전략은 오히려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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