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 지 하루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자리한 청사 9층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전날 판결 직후 "차라리 김정일을 증언대에 세우라"는 격한 목소리도 나왔으나, 이날은 대다수 공안부 검사들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어렵사리 통화한 한 검사는 "뭐라고 얘기하기 곤란하다. 공안 검사라면 다 나하고 비슷할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송씨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공안 검사들에게 이처럼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이 시대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낡은 잣대를 고집한 결과라는 비난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를 비난하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 법원이 엄격한 증거주의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검찰은 송씨가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나름대로 상당한 증거들을 제시했다. 사실관계를 놓고 다투는 부분에서는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주목할 대목은 법원이 국가보안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천명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국보법의 자의적 적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송씨 사건의 경우 애초 검찰 내부에서도 신병처리 수위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 그만큼 정치적 잣대가 작용할 여지가 많은 게 국보법 위반 사건이다.
이번 판결로 검찰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앞으로도 국보법 사건에서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는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자의적 해석 여지가 큰 국보법 규정을 서둘러 개폐해야 한다.
/김영화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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