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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개폐 수면위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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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개폐 수면위 급부상

입력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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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개폐를 위한 여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8일 이상민 의원 등 긴급조치 시대를 경험했던 10여명이 폐지법안 제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1일 임종석 의원 등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간담회'를 통해 폐지 시점을 9월 정기국회로 못박고 나서면서 물밑에서 진행되던 국보법 개폐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 송두율 교수의 석방도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

■우리당-폐지수준 전면개정이 대세

열린우리당의 전반적 분위기는 얼마전까지 개정 쪽에 가까웠다. "폭 넓은 보수계층이 폐지안을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양승조 의원), "너무 여러 전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백원우 의원)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폐지를 주장하는 오영식 의원은 "굳이 숫자로 따지자면 3분의 2 정도는 개정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기남 의장이 21일 "개인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정체성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재야·386 출신 의원들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폐지안 제출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은 이미 8월 중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폐지안을 마련한 뒤 당론으로 확정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로드맵'도 확정한 상태다. 임종석 의원은 22일 "뜻을 같이 하는 야당 의원들과도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재선이 어렵더라도 군사독재의 잔재인 국보법만은 반드시 폐지시켜야 한다는 게 386 의원 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획자문위 소속의 한 중진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국보법이 살아 남는다면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며 "조만간 중진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해 폐지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라는 방향에 동의하는 의원들도 구체적인 방안에 있어서는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형법상의 내란죄 등을 보완(우윤근 의원)하자는 의견이 많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대체입법(이은영 의원)을 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완전폐지(이원영 의원) 주장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물론 "개인적 소신과 함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한명숙 상임중앙위원)는 등의 이유로 폐지보다는 개정을 주장하는 의견도 여전히 당내에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폐지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던 천정배 원내대표가 "전면폐지로 갈 경우 대체입법을, 개정일 경우 전면 개정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으므로 폐지와 개정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당내의 이 같은 기류 때문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한나라-"北변화 없이 무장해제 불가"

한나라당은 22일 국가보안법의 부분적 개정은 가능하지만 폐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경제 살리기보다 국보법 폐지가 급한가"라며 전날 송두율 교수의 석방으로 국보법 개폐 논란이 다시 불붙는 상황을 경계했다. 하지만 인권과 개혁을 명분으로 한 여권의 폐지공세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다음 주 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거쳐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당론을 확정,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여권이 어차피 사문화한 법의 폐지에 매달리는 배후에 불순한 사상적 노림 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이념공세를 편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국보법 철폐 반대가 동일하고 확고한 입장이며, 운용상의 문제가 있는 몇몇 부분은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국보법은 어차피 있으나 마나 한 상징적 존재가 됐는데, 북한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징마저 무장해제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형오 사무총장도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반대 응답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필 수석원내부대표는 "송두율 교수가 완전히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번 판결을 국보법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의원들 사이에 온도차는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금은 부분 개정으로 한발 짝 나아가고, 북한의 대남정책이 변화하고 우리사회의 안보 우려가 좀 더 해소되면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영남권 중진들은 "국보법 폐지는 공산주의 위협과 선동선전 앞에 발가벗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의사가 없음을 선언하는 것"(김기춘 의원) "현실에 맞게 개정해도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이방호 의원) 등 여전히 완강한 분위기다. 하지만 불고지죄와 고무찬양동조죄 등 일부 독소조항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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