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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사회]<5·끝>뛰는 범죄, 기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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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사회]<5·끝>뛰는 범죄, 기는 수사

입력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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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노인 및 젊은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발생, 수사, 검거까지의 모든 과정은 헛도는 공조수사와 전문수사관 부족, 자백에 의존한 수사 등 경찰 수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찰은 피의자 유영철씨 검거 직후 대대적인 수사 시스템 개선책을 쏟아냈지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부랴부랴 내놓는 땜질식 처방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부유층 노인 연쇄 피살사건에 대해 경찰이 동일범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공조수사 체제를 본격 가동한 것은 마지막 혜화동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다. 이미 범인은 8명을 살해하고 유유히 사라진 뒤였으며 뒤늦게 착수한 공조수사는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공조수사의 지연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공조수사는 관할 경찰서 사이의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한 경찰 간부는 "별개 사건들이 연관돼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공조수사를 시작하기가 어렵고 관할서 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에도 수사 진행이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연쇄살인 사건 이후 지방청에 설치된 기동수사대를 광역수사대로 개편해 여러 경찰서가 관련된 주요 강력 범죄에 대해 사건 초기부터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역수사대가 사건 초기부터 관할 서를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갈등을 빚어 수사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별로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선 경찰관들이 형사·강력분야 근무를 기피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잦은 야근과 초과근무, 위험에 노출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내근 형사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결원이 생길 경우 지원자가 부족해 애를 태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A경찰서 형사계장은 "옛날에는 형사하면 강력계를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구대나 조사계 등 내근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수사관이 갈수록 줄어들어 날로 지능화되는 강력 범죄에 맞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전체 수사경찰의 59%가 경력 5년 미만인 반면 10년 이상의 베테랑 수사관은 15.6%에 불과하다. 경찰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경찰의 승진·임용체계를 일반 경찰과 구분해 '수사경과(警科)제'를 도입, 전문수사관을 양성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보상·유인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수사경찰들을 '수사경과'라는 외딴섬으로 몰아넣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연쇄살인 사건처럼 특별한 동기가 없는 범죄에 대한 과학적인 수사기법의 개발이 절실하다. 용의자의 자백에만 의존하는 수사로는 확산되는 무동기 범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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