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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休~/여름휴가·방학 책과 함께 즐기세요

입력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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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라도 떠나고픈 마음이야 굴뚝 같겠지만 팍팍한 주머니 사정을 보자면 선뜻 나서기도 힘들다.책 읽기 만큼 보람있는 휴가도 없다. 재미있고, 알찬 책을 한국일보 출판팀이 전문가 추천을 받아 골랐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좋은 책도 소개한다. (도움말 주신 분/ 고중숙 순천대 교수, 고미숙 연구공간 수유+너머 대표, 이인호 창업이닷컴 대표ㆍ숙명여대 겸임교수, 김민기 두앤비컨텐츠 대표)

■소설로 여름을 즐기다

‘책은 무조건 재미있고 봐야 한다’는 신조로 버텨 온 독자라면 ‘오빠가 돌아왔다(김영하 지음, 창작과비평사 발행)’ 앞에서는 무너져도 좋다. 읽다 보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소설집에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을 법한 8편의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감각적이고 해학적인 문체로 벼려져 있다.

표제작 ‘오빠가…’는 열네살 소녀의 눈에 비친 술주정뱅이 아빠와 앳된 동거녀를 달고 집에 돌아온 오빠, 아빠와 헤어진 뒤 함바집에서 일하는 엄마 등 가족들의 이야기. 소녀의 재치 있고 장난스럽고 냉소적이기 까지 한 화법에 정신 팔려 따라가다 보면 반어에 가려진 ‘따스한 가족애’에 닿게 된다.

마루야마 겐지의 근작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문학동네 발행)’는 작가의 중후함과 문학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근작. 야쿠자 세계에서 단 한 번도 등을 보인 적 없는 서른 다섯 살 긴지. 해서, 그는 ‘백주 대낮의 긴지’라는 소름 돋는 이름으로 불린다.

꽉 짜인 조직의 틀이 싫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을 키워 준 두목과 상대 조직의 우두머리를 살해하고 외딴 어촌의 은퇴한 옛 부하에게 몸을 의탁한다. 거기서 만나게 되는 저승사자와 자신의 분신인 가면…. 무지개 문신을 새기면서 색색의 삶과 생명의 의미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작품 속 대미를 장식하는 바하의 ‘마태수난곡’처럼 장엄하게 펼쳐진다.

채만식-이문구로 이어지는 능청과 해학의 한국문학의 맥에, 일단은, 가장 가까이 다가 선 작가 성석제. 그의, 웃긴 소설보다 더 웃긴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강 발행)’는 경북 상주 ‘촌놈’인 작가의 좌충우돌 인생사이고, 소설 속 그의 웃음의 문법서다.

그의 글이, 그 웃음이 그토록 넓고 깊게 공명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잊혀졌거나 미처 짚어내지 못한, 지난 시절의 이야기들이기 때문. 이제는 시멘트로 휘갑한 고향일지라도 동구 앞 정자나무야 한결같이 의젓할 테고, 정(情)의 추억도 남았지 않겠는가. 고향 피서길의 유쾌한 동반자로 이만한 이도 드물 성 싶다.

■책에서 인생을 배우다

‘원주의 예수’라는 이름이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좁쌀 한 알’(최성현 지음ㆍ도솔 발행)에 담긴 장일순 선생의 여러 일화를 보면 그 진실한 사람됨, 생명존중의 자세,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끌어 안는 도량에 이 말이 조금의 과장도 없는 줄 알게 된다. 타계 10주기를 맞아 지난 5월 출간된 책은 1960, 70년대 사회운동가로, 80년대 이후에 한국 생명운동의 대부로 자리매김된 장일순 선생의 인간적 면모가 숱하게 드러난다. 서화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주요 글씨, 그림도 수록했다.

“니가 여기서 손님을 하늘처럼 섬기며 쟁반을 3년만 나르면 나보다 훨씬 큰 사람이 될 것이다.” 원주 번화가에서 밥집 시작한 사람에게 장일순 선생이 해준 말이다.

‘발견 하늘에서 본 지구 366’(조형준, 정영문 옮김ㆍ새물결 발행)은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_베르트랑이 찍은 사진 366장으로 엮은 사진집이다. 최근 촬영한 사진을 추가해 제작한 대형판형 ‘하늘에서 본 지구’도 나왔다. 하늘에서 찍은 지구 곳곳의 모습과 환경, 문명, 역사 등에 대한 간략하면서 함축적인 에세이가 실렸다. 사진들은 북극의 차가운 빙원에서부터 열대 군도까지, 파타고니아 평원에서 네팔의 현기증나는 산꼭대기까지 감탄할 만하다.

인간과 문명에 대한 차분하고 비판적인 성찰도 담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 ‘삼림관리’ ‘신선한 물’ ‘재생 가능한 에너지’ ‘빈곤 퇴치’를 중요한 제목으로 뽑은 것만 봐도 사진집의 의도가 얼른 짐작된다. 책값이 비싸지만 특히 요즘 디카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 지음ㆍ이석태 옮김ㆍ보리 발행)는 나온 지 제법 됐지만 지금도 꾸준히 사랑 받는 책이다. 26세에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53년 동안 함께 살며 산업문화의 야만성을 비판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행복과 건강이 함께한 아름다운 부부사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내를 ‘가장 바람직한 사람’이라고 불러줄 부부가 몇이나 될까?

책의 곳곳에서 헬렌은 스코트가 자주 인용했거나 썼던 말을 되살려 놓았다. ‘희망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나으며, 가장 위대한 성공은 일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더 높이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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