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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영감, 우리 손주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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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영감, 우리 손주 봤어요

입력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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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현 영감님.생전에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혁이가 작년 1월에 결혼을 해서 지난 14일 득남을 했습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하였거늘 당신이 떠나신 후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었건만 지금도 문득 소리쳐 부르던 당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화들짝 놀라곤 할 때가 있습니다.

만남은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돌아옴이 있다는 말을 되뇌어봐도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으니 어찌합니까. 반려란 역시 손을 잡을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꿈 속에 나타나는 추억만으로는 이 애틋함을 달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광대무변한 이 우주 공간에 혼자 떠 있는 느낌으로 당신과의 이별을 아파했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기다리는 법과 참을 줄 아는 인내를 터득했습니다. 주위를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지 않는 겸손이란 단어의 참된 의미를 깨우쳤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홀연히 떠나신 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항상 빈 마음으로 귀를 열어놓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려 합니다. 매년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해 오던 박주익씨가 얼마 전 제네바로 발령을 받으셨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던 분들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신을 기억해 주시는 것에 몹시 감사했습니다.

생전에 매주 다니면서 일구어 놓은 양평 산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며 당신이 계실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리운 당신은 그 곳 산에 영원히 계실 뿐입니다.

그래도 난 그곳에 가면 당신이 계셔서 위안이 됩니다. 난 늘 당신에게 부족한 아내였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만났는지….

이제 사랑하는 제 마음을 담아 극락왕생을 축원하며 그 인연 따라 당신을 보내 드리려 합니다. 극락왕생 하소서.

/이세재·서울 강남구 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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