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데브라 데이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발행, 1만9,500원
1973년 미국 환경보호청은 자동차 연료에 첨가된 납의 함량을 점진적으로 없애자는 법안을 마련한다. 뇌 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에 근거한 이 법안은 에틸사 등 업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납 첨가 휘발유는, 76년 납 휘발유 자동차가 단종된 이후에도 끈질기게 남아 95년까지 유통됐다.
세계적 유행병 학자로 미 국립과학원 연구원을 지낸 데브라 데이비스의 저서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는 대기오염의 위험에 대한 현장감 있는 고발서이다. 또 오염물질의 해악을 고발해 온 과학ㆍ보건학자들과 오염물질 제조원간의 길고도 질긴 투쟁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1948년, 저자가 태어난 미 펜실베이니아주 한 작은 마을 도노라에 엄청난 스모그가 엄습한다. 제철소와 제련소, 아연공장이 뿜어낸 매연 때문이었지만 당시 공중보건국은 ‘일회성 이상기후’로 단정했다.
이 마을에서는 사고 발생 한 달 새 70여명이 숨졌고, 10여 년이 지난 뒤까지 주변 여느 마을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였지만 그 누구도 스모그의 패악을 몰랐다고 한다. 스모그와 보건의 영향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1952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최악의 스모그사태(일주일간 약 2,800여명이 사망) 이후에야 시작됐다.
책에는 스모그를 비롯, 숱한 ‘독가스’ 연구자들의 일화가 소개돼있다. 매리 앰더 박사는 자동차 매연(납 성분)의 흡입량이 허파 등 신체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1953년 미국과학발전협회에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그 직후 실업자가 된다. 그의 연구자금이 미국제련협회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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