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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뮬레이션 게임/국가경영, 내가 한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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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뮬레이션 게임/국가경영, 내가 한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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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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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5월,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지 않았다면 유럽의 지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역사상 최고의 모사 제갈공명이 유비와 손을 잡지 않았다면, 또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지 않고 아시아 진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역사를 어떻게 변했을까.모두 가상의 질문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현실이 된다. 인류의 역사를 토대로 만든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Historical Strategic Simulation)에서는 게이머가 한 국가나 민족의 지도자가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위대한 지도자, 역사속 영웅들의 입장이 되어 역사의 파도를 헤쳐나가 보자.

● '삼국지' 시리즈

삼국지 시리즈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한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PC게임으로, 역사 시뮬레이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80년대 말 이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 10여편의 후속작이 나왔다.

게이머는 유비, 조조, 손권 등 기원전 200~300년께 중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다퉜던 삼국지의 실제 영웅이 되어 경쟁자와 겨룬다. 경제를 일으켜 재물을 쌓는 한편 군사를 훈련시켜 국방을 강화하는 부국강병이 게임의 포인트다.

재야에 묻힌 인재들을 뽑아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통해 3국간 힘의 균형을 유지해 궁극적으로는 대륙을 통일하는 과정이 실감난다. 특히 관우ㆍ장비ㆍ하후돈ㆍ태사자ㆍ마초ㆍ황충ㆍ여포 등 걸출한 장수들을 동원해 공성전을 벌이는 전쟁 이벤트가 백미다.

삼국지 3편까지는 시리즈의 토대가 다져진 ‘클래식’ 작품으로, 아직까지도 고전 게임의 명작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 시리즈를 통틀어 삼국지3(1994년 출시)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4편에서는 확장 팩이 처음 도입됐으며, 5편에서는 화면 구성과 그래픽, 사운드가 대폭 강화됐다.

영웅의 인덕과 카리스마를 수치화해 지도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명성’치가 등장했으며, 학익진, 사방진 등 군사의 전략적 운용을 중시하는 ‘진형’ 개념이 나왔다.

7편에서는 일반 무장도 선택해 플레이 할 수 있게 되면서 롤플레잉게임(RPG)적 요소도 나타났다. 8편에서는 인물의 ‘신분’과 능력 ‘수련’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9편부터는 중원 바깥의 이민족(오랑캐)도 삼국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10편에서는 한국인 무장으로 이순신이 등장한다.

● '문명' 시리즈

문명 시리즈는 역사 시뮬레이션 장르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게임이다. 세계적 게임 디자이너인 시드 마이어(Sid Meier)의 출세작.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삼국지가 역사적인 스토리와 인물을 강조했다면, 문명 시리즈는 문명의 정착과 발전 과정, 국가간 경쟁이 중심이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천착하기 보다 국가의 전략적 경영을 통해 강대국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 정치ㆍ경제ㆍ문화ㆍ군사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다.

도시를 건설해 경제와 문화를 육성하고, 군대를 조직해 외적과 주변의 강대국에 맞서며 투쟁하는 생존 경쟁의 과정은 정치외교학 교본으로도 활용 가능할 만큼 정교하다.

최신작 ‘문명3: 플레이 더 월드’(Play the World)에서 게이머는 한국을 비롯해 총 20여개 문명의 지도자가 되어 국가를 경영해 나간다. 각 문명의 지도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 미국은 링컨, 중국은 마오쩌뚱, 프랑스는 잔다르크 등이며 한국은 고려왕조의 시조인 태조 왕건이 등장한다.

문명 시리즈에서도 경제와 군사력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기술적 발전이 더 핵심이다. 게임 과정에서 경쟁국에 비해 기술이 뒤지면 경제적 발전이 지체되고, 이는 사회적 미성숙과 군사적 역량의 부족으로 연결돼 외세의 침략에 무력해진다. 이는 봉건주의, 절대왕정,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등 정치적 체제의 변화와도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게임의 목적은 물론 승리지만, 군사적 정복 외에도 외교적 승리, 문화적 압도 등 다양한 결말을 낼 수 있는 것이 문명 게임의 장점이다. 이외에도 게임에 등장하는 수많은 유닛과 등장 인물, 역사적 유산 들에 대해 백과사전 빰치는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교육적 효과도 뛰어나다.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

삼국지와 문명 시리즈가 지능적이고 치밀한 플레이를 요하는 반면, 에이지오브엠파이어(Age of Empireㆍ제국의 시대)와 에이지오브킹(Age of Kingㆍ왕의 시대), 라이즈오브네이션즈(Rise of Nationsㆍ국가의 출현) 등은 좀더 가볍게 즐기는 게임이다.

1999년까지 출시된 에이지오브엠파이어 시리즈는 기원전부터 중세시대에 이르는 1,000여년간의 서구 문명의 역사를 토대로 총 16개에 이르는 세계 문명들의 특징을 서로 다른 언어ㆍ주거ㆍ의상ㆍ전투 유닛 등으로 충실하게 표현했다.

한편 게이머와 컴퓨터가 번갈아가면서 수를 두는 턴 방식을 포기하고 실시간 진행 방식을 채택했으며, 자원(목재, 금속, 식량 등)을 채취해 건물을 짓고 여기서 전투 유닛을 뽑아 경쟁자를 공격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형식을 도입했다. 소재 면에선 문명 시리즈를 닮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스타크래프트를 연상시킨다.

라이즈오브네이션즈는 전작들의 특성을 더욱 세련되게 했다. 완전 3차원 그래픽으로 내용이 더욱 화려해졌으며, 고대 문명에서 현대 정보화 시대까지 6,000여년에 이르는 문명의 역사를 재현했다.

게임 중에 등장하는 한국 문명을 위해 700개의 우리말 음성이 추가됐으며, 화랑ㆍ신기전ㆍ삽살개ㆍ다보탑ㆍ첨성대 등과 서울ㆍ부산ㆍ여수ㆍ춘천 등 도시 이름이 등장한다. 또 문명3의 영향을 받아 상업과 정치, 기술 발전 등을 이용해 포괄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핵무기를 포함한 현대전의 다양한 전술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역사시뮬레이션 알고하면 백전백승!

● 지리적 특성을 파악하라

삼국지에서 위ㆍ촉ㆍ오는 각종 물산과 인재의 분포가 다르다. 따라서 생산 가능한 전투 유닛에도 차이가 있다. 동이족과 마주하고 있는 위나라는 철기병이, 강이 많은 오나라는 수병이 강하고, 지형이 험한 촉나라는 산세에 강한 등갑병이 나온다.

문명3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원의 분포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말, 철광석, 석유, 알루미늄 등 전략적 자원이 나는 지역을 미리 점령해 놓아야 한다.

● 국가별ㆍ문명별 특성을 이용하라

문명3에서는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문명간 차이점이 생산 유닛과 기술 개발의 차이로 나타난다. 예컨대 그리스는 일반적인 창병(Spearman) 대신 공격력이 강한 장갑보병(Hoplite)이 나오고, 일본 문명은 전투병(Swordsman) 보다 이동이 빠른 사무라이가, 러시아는 기병대(Cavalry)를 대체해 코작 기병(Cossack)을 생산한다.

문자, 건축술, 수레 제작술 등도 실제 이를 개발한 문명이 우선권을 갖는다. 역사 발전의 특정 시점에서 자기 문명만의 장점을 활용하면 전쟁이나 무역에서 훨씬 큰 이점을 얻게 된다.

● 외교에 신경 써라

경쟁국들이 여럿일 때는 100만 대군보다 외교적 우위가 큰 힘이 된다. 적국에 대한 군사 작전을 준비하면서 동맹을 만드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주변국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킨다면 쉽게 승리할 수 있다. 문명3에서는 군사동맹과 상호안보조약 등을 맺을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전쟁의 확률을 낮추고 적국을 압박할 수 있다.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는 경제적 발전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평화가 보장되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외교술은 부국강병의 기초가 된다.

● 민심을 관리하라

경제 활동의 주체는 국민이다. 민심이 흐트러지면 자연히 도시의 생산력도 저하되어 유닛 생산이나 부의 축적이 지체된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국가 경쟁력도 약화되어 주변 강대국의 쉬운 먹이감이 된다.

삼국지에서는 과다한 징병을 자제하는 한편 정치력이 높은 인재를 등용해 후방의 주요 도시를 돌보게 한다. 문명3에서는 외교적 평화를 유지하면서 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함께 정치 체제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 민중의 충성도를 높이고, 빠른 기술 발전이 이뤄지도록 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정철환기자

■'문명3' 모바일버전 "기대되네"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장르의 벽을 뛰어 넘는 시도가 한창이다. 작은 휴대폰으로 즐긴다는특성 때문에 가벼운 아케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롤플레잉게임(RPG)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 출시돼 인기를 끈 ‘마그나카르타M’, ‘택티컬퀘스트’, ‘프리스톤테일’ 등이 대표적이다.

시뮬레이션 장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게임빌(www.gamevil.com)이 삼국지의 모바일판인 ‘준(June) 삼국지’를 SK텔레콤 용으로 내놓은 데 이어, 모바일 게임 전문 업체 컴투스가 지난 19일 미국 아타리사와 계약을 맺고 ‘문명3’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키로 했다.

문명3은 도시 건설과 기술 개발, 외교와 전쟁 등 복잡한 내용들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정교한 게임이다. 이를 대략 100분의 1 용량으로 축약해 휴대폰에 탑재하려면 고도의 게임 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이미 70여 개에 이르는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을 통해 충분한 개발 능력을 보유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개발비도 일반 모바일 게임보다 배 이상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명3이 세계적인 히트작인 만큼 일단 출시만 되면 전 세계의 주요 이동통신사에 서비스 할 수 있어 국산 모바일 게임의 해외 진출에도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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