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골라줄까.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교훈을 강조하거나 지식을 강요하는 책은 지겨우니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읽다가 깔깔 웃거나 눈물이 찔끔 나는 책, 소르르 낮잠이 들면 책속 주인공이 꿈속까지 따라올 멋진 책, 푹 빠져서 노는 것도 까먹을 만큼 재미있는 책. 인터넷서점 오픈키드의 도서컨텐츠팀장 김원숙씨의 도움말로 그런 책들을 골랐다.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신과 괴물이 나오는 책부터 살펴볼까. ‘못 말리는 종이괴물’(아이세움), ‘꼬마 뱀파이어 학교에 가다’(아이세움), ‘신화 속 괴물’(보림)을 권한다. 종이에 그린 괴물이 살아나 소동이 벌어지고. 꼬마 뱀파이어는 괴물과 귀신들의 도움으로 친구를 사귄다. 그림책 ‘신화 속 괴물’은 아이들이 무섭다고 겁을 내기도 한다. 그리스신화의 괴물들이 큼직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눈을 부릅뜨고 보게 만드는 대담하고 멋진 그림들이다.
모험과 환상은 언제나 즐겁다. 실종된 학자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꼬마의 이야기 ‘돌리틀 선생의 바다여행’(길벗어린이), 가족과 항해 중 바다에 빠지는 바람에 홀로 무인도에 남게 된 소년의 모험담 ‘켄즈케 왕국’(풀빛), 한밤중 시계가 열 세 번 울리면 이상한 정원이 비밀의 문을 여는 환상모험 ‘한밤 중 톰의 정원에서’(시공주니어), 북극 원주민의 생존방식을 따라 북극을 탐험한 우에무라 나오미의 탐험기 ‘이누이트가 되어라’(지성사)는 어린 독자들에게 용기와 상상력을 선물한다. ‘켄즈케 왕국’은 ‘톰 소여의 모험’이나 ‘십오 소년 표류기’ 같은 고전과 나란히 초등 고학년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맨날 엄마 아빠의 잔소리나 꾸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읽으면 속이 후련할 책도 있다. 억눌렸던 마음을 확 풀어주는 책들 말이다.
그림책 ‘신통방통 제제벨’(베틀북)은 늘 칭찬만 듣는 모범생 제제벨이 친구들을 깔보다가 악어에게 잡아 먹힌다는 내용. 어른들은 충격을 받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쾌재를 부른다. 물론 똑똑하고 말 잘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소금창고)은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어른들을 꼬집는 그림책. 우리의 주인공은 친구의 금붕어와 바꿔버린 아빠를 엄마의 성화에 겨우겨우 되찾아오긴 한다.
툭 하면 아이들을 혼내는 어른들을 혼낼 수는 없을까. 동화 ‘툭’(푸른숲)은 그런 마음을 따라간다. 우연히 얻은 도깨비 상자 덕분에 팝콘나라, 물벼락 나라, 열매나라, 도깨비나라도 구경한다. ‘동글동글 안경잽이 마놀리토’(아이세움)와 ‘신나는 페인트 칠’(시공주니어)의 주인공은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이자에 사랑스런 개구쟁이. 읽다 보면 덩달아 신이 난다.
놀기만 하지 말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런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 반색할 책으로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미래M&B),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 최고인 ‘노빈손’ 시리즈(뜨인돌), ‘그림 읽는 꼬마 탐정 단이’(국민서관), ‘과학자와 놀자’(창작과비평사) 등이 있다.
별똥별 아줌마 이지유의 과학책은 화산 이야기 말고 우주 이야기도 있다. 화산은 왜 생기고 왜 터지는지 어찌나 재미나게 일러주는지 책장이 후닥닥 넘어간다.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화산 실험과 과학 놀이도 소개, 당장 해보고 싶어진다.
‘노빈손’ 시리즈는 재미있게 읽다보면 저절로 역사도 알고 과학도 알 수 있게 씌여진 책. 좀 엉뚱한 주인공 노빈손의 요절복통할 모험 이야기를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버무려놨다. 웃음을 참을 수 없게 재미있는데, 책을 덮는 순간 어느 새 교양 박사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읽는 꼬마 탐정 단이’는 그림 감상법을, ‘과학자와 놀자’는 과학자의 삶을 일러주는 책. 미술관에 간 단이는 탐정이 사건을 파헤치듯 유명 화가들의 그림 속 비밀을 풀어간다. ‘과학자와 놀자’는 과학자 11명의 삶을 흥미로운 일화 중심으로 엮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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