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텔레콤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휴대폰 공급을 둘러싼 양사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비협조'가 못마땅하고,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휴대폰 시장 진출이 달갑지 않다.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들어 주력 신제품을 KTF에 먼저 공급하고 있다. 연초 화제를 모았던 100만 화소급 MP3 카메라폰 'V4200'에 이어 광학3배줌 기능의 300만 화소폰 'S2300', 그리고 200만화소 캠코더 기능의 'V4400' 까지 모두 KTF에 먼저 공급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가 무척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내수 휴대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최대 고객이다. 마케팅 논리로 따지면 신제품은 SK텔레콤 용으로 먼저 선보이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는 삼성전자도 SK텔레콤 우선 정책을 폈다.
변화의 배경에는 올들어 시작된 양사 간의 갈등이 내재해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의 휴대폰 제조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텔레텍은 2005년부터 휴대폰 생산 제한(연간 120만대)이 풀림에 따라 내수 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으로,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좀처럼 휴대폰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불황에 이통3사간 번호이동 및 010신규가입 경쟁까지 겹치면서 저렴한 단말기 수요가 폭발했는데도 삼성전자가 여전히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 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이달부터 SK텔레콤의 번호이동영업이 시작되면서 더욱 심하게 불거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서로 '푸대접'을 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단말기중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50%에서 3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이와 다른 해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형 휴대폰 공급은 출시 몇 개월 전에 미리 정해진다"며 "KTF의 신형 휴대폰 주문량이 SK텔레콤을 앞지르면서 KTF에 먼저 공급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휴대폰 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지 일부러 판매를 기피한 것은 아니다"라며 "양사 간에 오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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