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내 신촌초등학교. 아이들의 소리로 왁자지껄해야할 하교길이 적막하기 그지없다. 아파트단지 입주에 맞춰 1일 문을 연 이 학교의 학생수는 모두 44명. 최신 시설이 갖춰진 신도시 안에 산간벽지에서나 볼 수 있는 '미니 학교'가 등장한 셈이다.
방학도 못하고 파행수업 계속
택지개발지역에서 어쩔 수 없이 '공사중 개교'한 학교들이 미니학교로 전락하면서 파행수업이 이어져 학교측과 학부모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다른 학교들은 벌써 여름 방학에 들어갔지만, 갑작스레 개교한 이들 학교는 방학도 1주일 가량 늦춰져 찜통더위 속에 수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학교는 2학기가 시작되더라도 당분간 어수선한 분위기의 미니수업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니학교가 나오게 된 경위는 대충 이렇다. 각 학교의 '개교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1차 심의에서 '공사중 개교불가' 원칙을 내세워 신촌초를 비롯한 죽전·신갈지구내 4개 초등학교의 7월중 개교를 불허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들이 조기개교 목소리를 높이자 심의위는 불과 10일만인 28일 이 결정을 뒤집었다.
'3학년 전체학생 6명이 고작'
개교 결정은 내려졌지만 이들 학교는 당분간 '미니학교' 신세를 면할 수 없는 처지다. 용인 교육청은 애초 개교시 학생수를 대덕초 238명 신천초 242명 독정초 46명 신릉초 50명으로 예측했지만 개교 3주가 지난 21일 현재 대덕초(65명) 독정초(43명) 신릉초(10명) 등 모두 초미니로 운영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을 율동이나 맨손체조로 대체하고, 교사와 학생이 1대1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과학실' '컴퓨터실' '예절실' 등 특별활동용 교실들은 텅빈 채 용도를 알리는 팻말만 걸려 있고 마무리공사로 교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지난 6일 인근 성남시에서 죽전지구내 한 신설학교로 전학온 K(11)양은 "3학년 전체가 6명인데 여학생은 둘밖에 없어 쓸쓸하다"며 "40명이 넘는 친구들이 한 반에서 어울렸던 지난 학교 분위기가 그립다"고 털어놓았다.
기능혼선…보완 필요한 개교심의위
이같은 파행수업은 개교 심의위의 '오락가락' 판정 때문. 심의위의 법적 권한, 학부모들의 대표성 등이 불명확해 빚어진 일이다. 실제로 학부모와 교육장의 의견이 엇갈려 혼선이 야기됐다.
지난 달 18일 열린 대덕초 심의위의 1차 회의에서는 학부모 대다수가 조기 개교를 요구했지만 '공사중 개교불가' 원칙을 내세운 교육장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교육장의 결정에 반발한 학부모 1,288명이 교육청 등에 탄원서를 내는 등 별도절차를 거친 뒤에야 결론이 뒤집혔다.
심의위에 참석했던 용인시의회 조선미 의원은 "일부 학교 학부모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아 그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학교의 개교 여부를 결정한 사례도 있었다"며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다는 심의위 도입취지를 살리려면 인원, 권한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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