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어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나라를 부정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용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재선출된 여세를 몰아 하는 첫 대여 공세여서 무게가 실린다. 3년 후를 내다보는 당의 장기 발전계획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표는 "야당이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을 넘어 나라를 바로잡고 근간을 지키는 것까지 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정권의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했다.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제의한 대표회담을 거절하는가 하면, 지난 21일 자택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정부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의 대표회담에서 국리민복을 우선시하는 상생의 정치를 다짐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제1야당의 대표가 집권세력에 대해 정체성 공세를 펴는 것은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려하는 것은 자칫 이념논쟁이나 소모적 색깔시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당이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 대표의 주장을 색깔론으로 맞받아친 것은 성숙지 못하다. 야당 공세에 원인을 제공한 일탈행위가 없었는지를 점검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박 대표는 "대통령은 여러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그 예로 의문사 진상조사위의 발표에 대한 견해와 한나라당이 경제살리기를 위해 제시한 감세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의 공세가 구체적 예시와 이에 대한 여권의 합리적 대응을 통해 정책대결의 양상을 보이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각 분야의 이전투구가 도를 넘고 있는데, 이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이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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