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결하면서 이 사건이 향후 국보법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가 21일 무죄의 주요 근거로 든 논리는 "송씨의 활동과 저술을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로 보기에는 국가 안전을 해칠 만한 명백한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직후 "이번 판결은 '지도적 임무'의 성격을 엄격하게 적용한 경우"라며 "국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1990년과 97년, 지난해 각각 국보법 7조1항(찬양·고무), 4조1항(국가기밀 수집·전달), 8조1항(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회합·통신) 등에 대해 '한정'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국보법은 자의적 해석으로 인권침해 위험이 있는 만큼 국가 기본질서를 해칠만한 명백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수 십년 간 자의적 법 적용 논란을 빚어온 국보법 적용이 최근 상당히 엄격하게 바뀌는 추세다.
지난 9일 대법원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족통일애국청년회(민애청) 전 회장 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민애청의 노선이나 목적을 볼 때 명백한 위험이 있는 이적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올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피켓시위를 벌인 혐의(찬양·고무)로 경찰에 입건된 탈북자 유모씨도 검찰 지휘 아래 결국 석방됐다.
경찰은 '시위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탈북자의 돌출행위가 명백한 위협으로 인정될 수 있겠느냐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해 말 시민단체 발표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은 국보법 위반자 가운데 90% 이상이 '명백한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그 동안 관례적으로 보수적인 판결을 해 온 판사들에게도 이번 판결은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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