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헤지펀드라고 하면 투자위험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자본으로서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노리지만 투자위험도 높은 투기성 자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듯 하다. 이는 세계 최대의 규모와 실적을 자랑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1990년대 후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과 그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예측하지 못해 한달 만에 모든 것을 잃고 파산한 것과, 99년 말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국내 기업인 SK텔레콤에서 1조원 안팎의 단기 시세차익을 낸 후 떠난 일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헤지펀드를 금융시장이나 외환시장을 교란하는 국제투기단 정도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이것과 정반대다. 우선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일정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 즉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다 보니 엄격하게 통제된 리스크를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시장의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전통적인 투자방식과 구분하기 위해서 헤지펀드에 의한 투자를 대안적 투자방식(Alternative Investment)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투기자본 성격의 단기성 헤지펀드, 즉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취하는 펀드는 전체 헤지펀드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일부에 불구하다. 오히려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한 위험중립적인 차익거래전략이나 매수포지션과 매도포지션을 동시에 가져가는 롱숏전략, 기업간 합병을 이용한 차익거래전략, 시스템 트레이딩 등이 전체 헤지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펀드들의 일부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 예로 미국 시카고에 기반을 두고 있는 '켄싱턴 글로벌 펀드'는 95년 설정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24.9%에 이르고 있지만 연간 변동성은 4.9%에 지나지 않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 짐에 따라 선물이나 옵션, 그 밖의 다양한 금융공학을 이용한 펀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를테면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ELS펀드를 비롯하여 최근 주식매수와 선물매도를 병행하는 롱숏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의 펀드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해외의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하여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오브 펀드' 형태의 상품도 출시되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라면 헤지펀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봄직 하다.
장인환/KTB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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