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3국이 20일 말라카 해협 대 테러·해적 공동 순찰작전 발대식을 가졌다.3국 군 사령관들은 이날 인도네시아 바탐섬 해군기지에서 기함인 인도네시아 해군의 한국산 군함 'KRI 탄중 달펠레'호에 승선, 사상 첫 공동 해상 작전에 나선 함정 17척의 관함식을 지켜봤다.
말라카 해협은 3국에 인접한 길이 900여㎞의 국제 해협으로, 연 5만여 척의 배가 세계 석유의 절반과 무역상품의 3분의 1을 실어 나르는 해운 요충지이다. 특히 원유 수입량의 90%를 이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 일본 중국에겐 '생명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총 110여건의 해적사건이 발생한 이곳은 최근 알 카에다의 동남아 전위인 제다이슬라미야(JI)의 테러 우려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3국의 말라카 해협 공동 순찰은 미국의 직접 순찰 압박에 대응한 성격이 짙다. 국내 이슬람 세력의 반발 등을 고려해 미군의 개입에 반대했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고육책을 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내세우는 개입 명분은 말라카 해협에서 제2의 9·11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러 조직이 유조선 등을 납치해 싱가포르 등 항구를 타격하는 '떠다니는 폭탄'으로 쓸 수 있고, 대형 선박을 폭이 좁은 전략 해역에 가라앉힐 경우 해협이 봉쇄돼 국제 무역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호주도 3월 알 카에다가 세계 경제 와해를 위해 해운업계 공격에 관심이 있고, 특히 말라카 해협은 '조악한 핵무기'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바로 말라카 해협 순찰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인도네시아 베르나르드 손다크 해군사령관은 18일 "테러 우려는 부풀려진 음모로, 미국 등은 경제적 중요성 때문에 해협의 통제권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을 지원역에 한정하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해협을 장기적 에너지 안보의 목줄로 보는 중국이 미국의 직접 개입에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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