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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 통해 돈 벌래요/소비자가 곧 판매자 '유통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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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 통해 돈 벌래요/소비자가 곧 판매자 '유통혁명'

입력
200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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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에는 쇼핑몰에 입점할 상품과 상인을 선별ㆍ관리하는 머천다이저(MD)도, 깔끔하고 일괄적인 쇼핑몰의 포맷도 없다. 누구든지 자기 물건을 내다팔 수 있다. 선물로 받은 뒤 포장도 뜯지 않은 향수부터 공장에서 떼오는 티셔츠까지. 물건을 내다팔기 위해 점포도, 거래실적도, 계약금도 필요 없다. 소비자가 곧 판매자가 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못 찾겠다면 인터넷을 뒤져라

최근 옥션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상품 중 하나는 ‘담양 죽부인’이다. 판매자는 전남 담양에서 죽부인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수공업자 정준수씨.

담양산 대나무만을 이용, 비슷한 제품보다 세배쯤 비싼 가격(2만3,800원)인데도 반응은 좋다. 예전 같았으면 대량생산이 안 되고, 유통을 거치며 가격만 뛰는 수공업제품이 인터넷 쇼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불티나게 팔힌다.

주부윤현순(34)씨도 취미 삼아 만들던 귀고리를 지난해부터 옥션에 내다팔기 시작했다. 소량 생산되는 수공예품이 환영받는 곳은 인터넷 쇼핑몰뿐이다.

“그거 어디가면 살 수 있지?”하는 상품들은 이제 인터넷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유통구조에 발을 딛지 못하는 아이디어 상품, 중고품, 중소기업의 물품, 업종변화에 따른 처분물품 등이 인터넷으로 쏟아진다. 옥션이 가장 다양한 물품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생산에 반영

특히 만들어 파는 상품인 경우 인터넷은 소비자 욕구를 반영하는 훌륭한 통로가 된다. 윤씨가 월 2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호응을 얻은 것은 바로 ‘맞춤판매’ 덕분이다. 구매자들은 진열상품을 보고 색깔이나 디자인을 바꿔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윤씨는 일일이 맞춰 귀고리를 만들어 판다. 정씨 역시 원하는 크기를 따로 주문받아 판매한다.

“이런 옷 입고 싶은데”하는 소비자의 생각에서 출발해 아예 직업이 된 판매자도 있다. 옥션의 인기 강사이기도 한 김리현(24)씨는 대학 2년때부터 옥션에 옷을 팔기 시작해 월 매출 5,000만원을 넘기는 파워 셀러. 동대문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실무감각을 익히기도 했지만 “내가 입고 싶은 옷이라면 또래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감각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었다.

창업엔 점포도 경력도 필요없다

유통의 혁명은 창업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모 기업 베이징 지사에 3년째 근무중인 이모(38) 차장은 낮에는 여느 주재원과 같지만, 저녁과 주말이면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상이 된다. 그는 석달 전부터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떼다 옥션을 통해 한국에 팔고 있다.

우연히 아이에게 치파오를 입혀봤다가 “한국에 팔면 장사 되겠다”고 생각한 것. 무작정 중국 시장에 가서 거래선을 뚫었고 주문을 받아 따롄에서 배편으로 운송하면 한국에 있는 친척이 물건을 찾아 택배로 배달해준다. 판매물량은 일주일에 10여벌에 불과하지만 원가가 워낙 저렴해 마진폭이 높다. 한국도 아닌 중국에서 성공한 ‘투잡스’로 자리잡은 것이다.

‘투잡스’ ‘스리잡스’족의 탄생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속독학원의 강사를 하고 있는 김민우(28세)씨는 세 번째 일로 옥션에 미용용품을 판매한다. 처음엔 일주일에 석고팩 하나 팔았지만 이제는 월 매출이 500만원에 달해 대학원 등록금을 충당하고 있다. 김씨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철저하게 관리해 돈독한 신뢰를 쌓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옥션이 실시하는 신규 판매자 교육에 참가한 사람은 올 상반기에만 1만5,000명이으로 지난해 1년 교육생(2,600여명)의 4배에 달한다. 이중 30%는 본업이 따로 있는 ‘투잡스’족. 물론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창업에 진입장벽은 없다는 뜻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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