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일 교육인적자원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보고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의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 표명과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올 가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하니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모두 총력을 기울일 게 뻔한 형국이다.사립학교법 개정이 사회적 의제가 된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법이 사학의 공공성을 담보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족벌 경영, 재단의 전횡과 비리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던 저간의 뼈저린 경험이 법 개정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시켜준 셈이다. 분규로 치달아 학생과 교직원이 거리로 뛰쳐나와야 세간의 관심사가 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부의 대응 역시 미봉책으로 일관하여 불신이 심화된 지 오래다.
재단의 전횡과 비리 등 문제가 곪아터져 학습권 및 교권 침해가 되풀이되는 상황일진대 법의 실효성을 따져 무엇 하랴. 지배구조 개편이 법 개정의 핵심 사안으로 등장해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갈 인재를 길러내야 할 학원이 전근대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부여잡고 있어서야 될 말인가. 사학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할 법 개정에 적극 나설 일이다. 더욱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생각할 때 사립학교법 개정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친족이사 등 이사회 구성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친족이사가 이사회 정수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운동단체 등에서는 학교구성원의 추천을 받은 공익이사를 3분의 1 이상으로 하고, 친족이사를 5분의 1로 제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번 교육인적자원부의 개편안에서는 친족이사를 4분의 1로 제한하는 한편, 비리 관련자 복귀 시한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에서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의 접근을 본 셈이다. 사실 분규를 겪었거나 그와 같은 징후가 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족벌 경영과 전횡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법 개정에서는 그간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사학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친족의 이사회 참여는 한층 제한해야 하며, 공익이사제 도입은 전향적으로 검토·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3분의 1(이상)을 학교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로 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안은 간접적으로나마 공익이사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법 개정이 이렇게 사후약방문 격이거나 미적지근해서는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분규 내지 비리가 발생하여 임시이사가 파견된 법인이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단계에만 공익이사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이사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부 사학의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대다수의 건전한 사학까지 옭아매려 한다고 항변한다. 일견 이해할 만한 얘기다. 많은 사학이 우리나라의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고 또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학경영자가 이윤동기를 앞세워 학교와 대학을 사유화해 온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경향성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잃게 만들고, 교육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그 한 가운데 현행 사립학교법이 존재해 온 것이다.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우리 교육의 질적 도약을 추진하기 위해 사학 지배구조의 민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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