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자리가 너무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작품을 마친 사람에게 너무 빨리 복귀한 게 아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수긍은 가지만…”일본군 위안부 누드화보 촬영으로 4개월 간 집에서 칩거하던 이승연(36)이 소리 소문 없이 김기덕 감독을 만났다.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배우와 늘 논쟁의 중심에 서는 괴짜 감독의 만남. 도대체 또 무슨 일을 벌인 걸까. 김기덕의 11번째 영화 ‘빈집’ 주연배우로 20일 다시 나타난 이승연은 속전속결(18일 동안)로 촬영을 끝내고 영화에 대한 생각, 자신의 심정과 출연 배경 등을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이승연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듯 말을 아꼈다. “영화로서 인사 드리는 것이니 잘 봐달라”는 말로 입을 뗐다.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에는 에둘러 짧게 답했다. 스스로 입을 열어 화를 자초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도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표정을 조금 밝게 했다. “꼭 만나고 싶었던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해 즐겁다. 다행히 소원대로 출연할 수 있었다.”
그녀의 답변이 답답했던지 김 감독이 나섰다. “애초 영화 제목을 ‘이승연’이라고 하려고 했다”는 돌출발언을 하기도 했고 “마지막 한 장면을 잘 읽어내긴 했지만 무책임하고 건성으로 시나리오를 읽더라”며 이승연을 비난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누드화보 파문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기사를 잘못 썼다고 해서 기자에게 그만 두라고 하거나 1~2년 근신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건 사형보다 더한 징계”라며 이승연을 두둔했다.
“타겟을 정해 집중적으로 매도하는 이런 행태를 벗어나야 발전한다. 이승연의 문제가 민감한 것은 다 안다. 빌미를 더 줄 수 있어 노출은 50% 뺐다. 얼마나 노출했는지는 안 가르쳐주겠다.”
이승연은 모든 덕을 김기덕 감독에게 돌렸다. “김 감독만 의지했다. 일일이 모든 것을 감독이 잘 설명해줬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성의 없이 찍은 듯하다”며 자신 없는 태도를 보이다가도,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번복,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과연 이승연의 연기세계가 얼마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과 잘 조화할 수 있을까. 김기덕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작품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승연을 캐스팅할 생각을 했을까.
김기덕 감독은 ‘해안선’ 이후 최초의 스타 캐스팅에 대해 “이승연이 스타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우연히 이승연과 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그게 만남으로 이어졌다. 개인적인 느낌이 좋았고 이 영화와 맞을 수 있단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승연은 “‘나쁜 남자’ 등 김 감독 작품을 거의 다 봤다. 보고 나면 찜찜한데 뭔가 얘기하는 게 있다. 한 인터뷰에서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나름대로 12년동안 잘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연기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을 버리고 김 감독을 많이 따랐다”고 했다.
깍쟁이 같은 도시형 미녀의 연기에서,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서 이승연은 벗어날 수 있을까. 성현아가 홍상수 감독 작품 출연으로 누드 파동을 잠재웠듯, 이승연도 작가주의 감독 영화출연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일까.
‘빈집’은 빈 집만 찾아 다니며 사는 남자와, 빈 집에 갇혀 있는 여인이 만나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으로 이승연은 남편에게 학대를 받고 피폐해진 여인 선화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해변으로 가다’에 출연한 신인배우 재희. 일본에서 50만불 등을 투자 받는 등 총 10억원 예산으로 찍은 ‘빈집’은 후반작업을 거쳐 하반기 개봉한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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