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옥션' 통해 돈 벌었어요/유아복 파는 주부 사장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옥션' 통해 돈 벌었어요/유아복 파는 주부 사장님

입력
2004.07.22 00:00
0 0

9일 오전 10시 서울 공릉동의 한 아파트. 남편 출근과 자녀 등교를 챙기고 모처럼 여유를 가질 법한 시간에 주부 윤석분(43)씨는 서둘러 안방 컴퓨터 앞에 앉는다.시작 페이지로 뜨는 사이트는 옥션(www.auction.co.kr). 판매자 아이디(베르디베이비)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윤씨가 올려놓은 의류 상품의 입찰 현황이 선명하게 뜬다. 일부 품목에는 옷을 구입하고 싶다는 주문과 돈을 입금했다는 표시가 올라와 있다.

윤씨는 옥션 사이트를 기반으로 유아 의류를 판매하는 일종의 온라인 판매상. 특히 옥션 사이트 내의 수많은 판매상 가운데서도 2개월 이상 1,000만원 이상의 매출과 고객 불만비율 7% 이하 조건을 충족시켜야 오를 수 있는 이른바 ‘파워셀러’이다. 집안에서 인터넷을 활용해 고수익을 올리는 1인 기업가인 셈이다.

윤씨는 잘 나갈 때는 날마다 300여벌의 옷을 배송하고 월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윤씨의 거실 귀퉁이에는 이 같은 실적을 자랑하듯 상품 송장(送狀) 뭉치가 수북이 쌓여있다.

내역을 확인한 윤씨는 거실로 옮겨 주문받은 옷을 포장하기 시작한다. 신용을 지켜야 하는 비즈니스 원칙은 오프라인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옷 치수가 주문 내용과 맞는지, 하자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이 때 이뤄진다. 윤씨는 정오를 훨씬 넘겨 점심을 챙겨 먹었다.

오후 2시. 잠시 눈을 붙이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린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택배회사 직원이 친숙하다. 2002년 옥션 판매를 시작할 때는 윤씨가 상품을 우체국에 직접 가서 부쳤지만 하루 10벌 이상을 배송하면서 이제는 택배회사 직원이 찾아온다.

배송료도 낱개 배달 때의 5,000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배송료에 경쟁력이 있다 보니 고객은 더욱 몰린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을 건네준 윤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고객들에게 물건을 부쳤다는 메일을 일일이 보낸다.

오후 4시. 이웃 아파트에 사는 여자 아이 지윤(4)이가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현관문을 들어섰다. 지윤이는 윤씨의 마케팅 비밀 병기다.

“마네킹에 옷을 입혀 찍은 사진 일색이었는데, 제가 처음으로 아기 모델을 써서 올리자 반응이 대단했지요.” 선점효과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윤이에게는 모델료 대신에 옷을 무료로 선물하고 있다. 컴퓨터 마우스도 만질 줄 몰랐던 윤씨는 이제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정교한 사진 편집도 거뜬히 해낸다.

평범한 주부였던 윤씨는 자녀가 성장하자 자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마침 의류회사에 옷을 공급하는 지인이 “재주껏 팔아보라”며 의류를 거의 공짜로 건네준 것이 계기가 됐다.

윤씨는 이웃에 살고 있는 이 지인의 집에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들러 물건을 대량 구매한다.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다. 윤씨가 내놓는 의류는 8,000원~2만원대가 주종인데, 경쟁 제품보다 10% 가량 저렴하다.

오후 6시30분.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딸, 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차례로 집안에 들어왔다. 주부로 변신해야 하는 순간이다. “경기가 어려운가 봐요.

지난해만 해도 조금만 가격을 내리면 물건이 동이 금새 났는데, 지금은 물건 가격을 내려도 매진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는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윤씨는 저렴하게 팔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비즈니스 비결이라며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경매사이트 옥션

옥션은 지난해 거래금액은 7,099억원을 기록, 업계 2, 3위에 오른 엘지이숍(4,150억원)과 인터파크(4,136억원)를 멀찌감치 따돌린 1위 쇼핑몰이다.

옥션이 다른 쇼핑몰과 다른 점은 경매 사이트’라는 말 그대로 고정가가 아니라 경매입찰가로 물건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격결정 방식은 다양해서 하나의 물건을 경매 붙이기도 하고, 즉시 구매가 얼마에 물건 100개를 올려 공동구매 형식을 취하기도 하며, 물품군 중에서 아무거나 3개 품목을 골라 1만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면에는 더 큰 차이점이 있다. 일반적인 쇼핑몰은 판매할 상품과 상인을 선별ㆍ관리하거나 직접 물품을 사입해 판매하지만 옥션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물건을 팔거나 살 수 있고 거래가 성사되면 옥션이 수수료를 챙긴다.

어떤 물건이라도 팔 수 있는 대신 가격 품질 서비스가 떨어진다 싶으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철저한 자유시장 경쟁이 옥션을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판매자들이 창업성공의 신화를 만들고 있다.

/김희원 기자

■인터넷 매매 이것만은/술ㆍ담배는 안돼

직장 여성인 최모(27)씨는 최근 인터넷쇼핑몰에서 ‘마지막 세일’이라는 팝업 광고를 보고 모 브랜드의 잠옷을 9,900원에 값싸게 샀다. 하지만 배달된 물건은 이 브랜드를 카피한 소위 ‘짝퉁’이었다. 항의를 하려고 인터넷쇼핑몰에 들어간 최씨는 상품 설명 옆에 st라고 쓰인 것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st가 카피제품임을 뜻하는 ‘○○스타일’의 약자라는 것.

인터넷쇼핑이 아무리 보편화하고 안전장치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이처럼 깜빡 속는 일이 있다. 웬만한 규모의 쇼핑몰을 이용하면 돈 떼일 일은 없다해도 보수적인 소비자 입에선 “그러니까 백화점을 찾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위의 경우처럼 짝퉁에 속지 않으려면 이런 방법을 써보자. 사려는 상품을 검색한 뒤 가격역순(비싼 순)으로 정렬을 한다. 당연히 정품이 위에 올라오고 짝퉁은 아래쪽에 깔린다고 보면 된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판매자가 믿을 만한지 판단해야 한다. 옥션에서는 구매만족도가 별 3개 이상(70점 이상), 신용도가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인 경우라면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구매후기를 살펴 다른 구매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골적인 호평 일색이라면 역시 의심스럽다.

패션 상품을 살 때 줄자는 필수다. 의류나 신발은 치수가 맞지 않아 반품하는 일이 많다. 요즘은 55, 66 같은 사이즈 구분에 그치지 않고 소매ㆍ진동ㆍ밑위 길이 등을 일일이 밝히는 것이 추세. 사는 사람도 자신의 치수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꺼내놓고 줄자로 재본 뒤 사려는 물건과 비교해 보는 게 요령.

판매자라고 주의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선물받은 술이나 담배를 올렸다가는 실정법 위반으로 큰코를 다친다. 의료용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은 허가번호, 판매신고번호를 꼭 기재해야 한다. 판매할 물건을 등록할 때 유의사항이 뜨는데 이것을 잘 읽어보면 매매가 안 되는 품목이 뭔지 알 수 있다.

판매자가 가장 황당한 경우는 물건 대금을 받지 못할 때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았다고 인터넷으로 회신할 경우 쇼핑몰로부터 대금을 받게 되는데 구매자가 회신을 늦추거나 장기출장, 군대에 가버리는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물건을 보낸 것이 확인되면 쇼핑몰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택배 송장은 반드시 챙겨두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