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1일 제주에서 만났다. 지난해 10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이후 9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나 이라크 재건 지원 문제 등에 쉽게 뜻을 모았다.특히 북한 핵 문제를 두고 긴밀한 공조의 필요성에 합의하고,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서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은 그 동안의 양국 공조 과정에서 두드러진 의견 일치라고 할 만하다. 한·미·일 3국의 대북 정책 공조에서 늘 지적돼 온 '미묘한 틈'이 적어도 한일 양국 사이에는 메워진 셈이고, 그만큼 문제 해결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양국의 의견 일치를 두 정상의 노력의 결실로 보긴 어렵다. 우선 미국이 대북 강경 자세를 풀고, 북한의 핵 포기에 상응하는 단계적 '보상' 방침을 밝혀 놓았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0일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 등 제반 조건이 충족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북한의 태도도 한결 진지해졌다. 두 차례의 북한 방문으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경험으로 '북한 카드'의 가치를 깨달은 고이즈미 총리의 선택도 정해져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때문에 양국 간의 실질 문제에서 두 정상이 보여 줄 성과가 관심을 끌었는데 눈에 띄는 합의가 없었다. 내년의 국교정상화 40주년을 앞두고 추진된 한국인 관광객 일본 입국비자 면제는 아이치(愛知) 만국박람회 기간(3∼9월)에 한정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서도 구체적 진전이 없었다.
두 정상은 앞으로 횟수에 관계없이 수시로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미래상을 펼쳐 보이려는 적극적 자세가 아니고서는 양국 관계의 참된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