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구속 수감 9개월만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송두율씨는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소감을 밝혔다.송씨는 "1심과 2심 최후진술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이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명한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열린 자세로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송씨는 국보법에 대해 "한마디로 법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법을 우리 스스로가 법이라고 옥죄어 온 관습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또 "언론인들도 민족의 앞길을 고민하는 기사를 써야한다"고 그동안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조만간 독일 대학 강의를 재개할 계획을 밝히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고향 땅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광주의 뜨거운 대지를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송씨의 부인 정정희씨는 "양심적 학자로 살아온 남편이 귀국 후 거짓말쟁이로 매도될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수 십년 간 신변 위협으로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재판부가 시대지향적인 판결을 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집유" 순간 지지자들 함성
송두율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09호 법정은 국내외 기자와 송 씨 가족,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한 김용균 부장판사는 '전향적' 판결에 대한 부담인 듯, 선고 중간중간 말을 더듬기도 했다. 송씨 지지자들은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때마다 조심스레 박수를 쳤고, 1시간여의 긴 낭독 끝에 재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큰 함성을 내질렀다. 반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탄식과 함께 노골적인 불만을 내비쳤다.
송씨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수 십년 동안 법 논리보다 남북 대치상황에 기대어 억지 판결을 내렸던 법원이 상식에 맞는 합리적 판단을 내렸다"며 "향후 국보법 개정 방향까지 제시해 징검다리 역할을 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항소심 공판을 담당한 서울고검 부봉훈 공판부장은 "수사와 기소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항소심 공판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한 만큼 수사검사의 의견을 존중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1차장은 "상고심에서 현명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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