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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교통의경 앞의 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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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교통의경 앞의 세 아버지

입력
200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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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친구들과 함께 가족들을 태우고 나들이 할 때였다. 운봉 연재라는 험준한 산길에서 화물차 한 대가 우리 일행 앞에 거북이걸음을 하며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추월금지 구역이었다. 마침내 우리 일행의 리더 격인 첫 번째 친구가 갈지 자 운전을 하며 기회를 엿보더니 잽싸게 화물차를 추월해갔다.두 번째 친구도 자기 차례라는 듯 손을 흔들어 보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중앙선을 넘어 잘 비켜 올랐다.

혼자 남게 된 나도 몇 번의 시도 끝에 풀려난 망아지처럼 신나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커브 길을 막 돌아 나올 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교통 경찰관들이 반갑다는 듯 차를 세웠다.

의경이 뒤쫓아 달려왔으며, 앞서 갔던 친구들도 서있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의경은 경례를 하며 "선생님! 앞지르기 위반 하셨습니다. 면허증 좀 주십시오!" 하며 손을 내밀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망신이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큰소리치며 거목처럼 비쳐졌던 내가 갑자기 위선자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예! 조금 급히 가다 보니 위반을 했습니다. 미안하게 되었는데 한 번 봐줄 수는 없습니까?" 하고 내가 말하자 굳어있던 의경의 얼굴이 환한 웃음으로 바뀌며 "아저씨! 저는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가 첫마디에 위반사실을 시인해준 것에 무척 감동을 했고, 저쪽편에 있던 내 친구들을 가리키며 "저 아저씨들은 죽어도 추월한 적 없다며 자녀들 앞에서 거짓말하고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아직 앳된 그가 각양각색의 운전자들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럴까? 새삼 교통경찰관의 애로를 느끼게 했던 그는 내게 깨끗이 봐 주겠다고 했다.

절대 추월하지 말라며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반성도 되었고, 고마운 생각에 그에게 점심이나 하라며 마음을 전하려 했다. 그는 내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웃는 얼굴을 보이며 황급히 돌아갔다.

성난 맹수처럼 경관과 싸움질을 해대던 두 친구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린 듯 씩씩대며 나타났다. 그들은 대뜸 내게 어찌되었냐고 물어왔다.

나는 웃으면서 "난들 별수 있냐? 솔직히 시인하고 5만 원짜리 하나 끊어 줬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야!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싸운 보람이 있다. 3만원 짜리 끊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날의 점심은 내가 샀다. 나와 친구들은 제각기 동행했던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비쳐졌을까? 아버지란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휴식·경기 수원시 고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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