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하철 파업에 직권중재 회부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듦으로써 향후 노사정 관계가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노사 간 자율교섭을 추구해왔으나 LG칼텍스정유에 이어 서울과 인천 지하철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려 노정충돌이 불가피해지고 노사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환자들의 엄청난 불편에도 불구하고 필수부문 파업제외를 조건으로 직권중재 보류 결정을 내려 노조의 파업을 합법화 시켜줬던 보건의료노조 사태와는 달리 지하철 쟁의를 직권중재에 회부한 것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심각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의 서울 수송분담률은 34%에 이르러 직권중재를 통해 대체인력 투입을 가능하게 해야 교통마비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현격한데다 노조가 보건의료노조처럼 필수인력을 배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직권중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정부는 밝혔다. 실제로 1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에 최종안을 내놓도록 했지만 지하철 노조는 수정안을 내지 않았고 지노위의 조정안마저 거부하는 등 사실상 파업수순을 밟았다. 반면 부산이나 대구지하철의 경우에는 수송분담률이 낮아 공익위원들이 자율교섭을 계속토록 했다.
서울지노위는 직권중재 회부결정이 내려졌더라도 노사간 자율타결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합의 가능성은 낮은 실정이다. 핵심쟁점인 인력충원 문제만 하더라도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주 40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30%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사측은 현재 인력으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초 노사 첫 교섭 이후 협상은 이 문제에 매달려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지하철 노조가 현재의 방침대로 직권중재 회부결정을 무시하고 불법파업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민주노총이 총파업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사측이 직권중재와 공권력에 의존해 탄압을 계속해온다면 노사정 관계는 어떠한 발전적 논의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지하철 직권중재를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노사정 대화국면은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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