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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영화제 심사위원장 스튜어트 고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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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영화제 심사위원장 스튜어트 고든 감독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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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을 달린 제 작품을 개막작으로, 그리고 비주류 영화를 만들어온 저를 심사위원장으로 선택해준 사실이 영광스럽고 놀라울 뿐입니다.”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스튜어트 고든(57) 심사위원장은 들떠 있었다. 미국 시카고 태생의 그는 ‘좀비오’ ‘지옥인간’ ‘저쪽에서’ 등 주로 잔혹한 호러 영화로 이름을 날린 감독이다.

주류 할리우드 영화판과 거리가 멀었던 만큼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 자신의 2003년 작품 ‘개미들의 왕’(King of the Ants)이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심사위원장까지 맡았으니 “부천영화제는 확실히 모험심이 강한 영화제”라는 것이다.

한 소심한 청년(크리스 맥케나)의 연쇄살인 행각을 그린 ‘개미들의 왕’은 아주 센 영화다.

감독 자신이 15일 개막식 인사에서도 “절대 집에서는 따라 하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로 잔혹한 장면이 셀 수 없이 많이 나온다. 빈 창고에 감금된 주인공이 마치 마약중독에 걸린 것처럼 자신에게 다가오는 폭력에 차츰 길들여지는 장면이 인상적. “주인공의 자아 찾기 과정을 그린 영화로 봐 달라”는 게 감독의 주문이다.

장편 10편, 단편 8편의 후보작 중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선정해야 할 심사위원장으로서는 역시 “모험심 강한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가 너무 소심해져 속편이나 리메이크 밖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흐름을 두려워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한국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은 새로운 영화를 갈구하는 관객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그는 “며칠 전 본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범이 캐릭터 변화를 잘 소화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런 배우들과 한국에서 영화를 찍으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제 입장권 예매의 95%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한국 영화제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그러나 한국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떤 영화에도 우선 순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극장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보게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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