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폭염이 쏟아지면서 드디어 여름의 꽃 연꽃의 세상이 시작됐다. 눅눅한 장마철 무더위와 힘든 싸움을 하며 보낸 시간 동안 자연은 진흙 뻘 못에서 화려한 연꽃을 피워냈다.선비들은 연꽃을 ‘꽃의 군자’로 불러왔고 불가에서는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어나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해 극락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왔다. 삼복 더위를 연꽃 구경으로 잊었다는 조상들의 지혜를 좇아 여름 여행을 떠나보자.
● 붉은 홍련의 바다
전남 전주시 덕진동 덕진공원의 거대한 연못은 지금 장엄한 홍련(紅蓮)의 바다다. 방석만한 연잎이 수면을 빼곡하게 메웠고 그 사이사이로 수박만한 붉은 연꽃이 눈부시게 빛을 내뿜는다. 스치는 바람에 너울너울 들썩이는 진초록의 연잎과 그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 추는 연꽃은 장관이 따로 없다.
덕진연못은 고려때 풍수지리 때문에 만들어진 못이다. 동국여지승람은 “전주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북쪽만 열려있는 탓에 땅의 기운이 낮아 제방으로 이를 막아 지맥이 흘러 내리지 않도록 했다”고 적고있다. 대부분의 저수지가 농사용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하면 유래가 독특하다.
전체 3만평인 연못 중 현수교로 나뉘어진 동쪽 1만3,000평이 연꽃 군락지다. 이곳의 연꽃 구경은 ‘덕진채련(德津採蓮ㆍ덕진에서 연꽃을 감상한다)’이라고 해 전주8경중 하나로 꼽아왔던 경승지. 올해는 여느 해보다 연이 일찍 꽃을 피운데다 꽃의 수도 크게 늘어 최근 몇 년래 가장 화려하다. 장마의 끝자락의 세찬 빗줄기 때문에 연꽃잎이 상당수 늘어졌지만 그 빛의 화사함은 여전했다.
초파일에 내걸었던 연등이 모두 이곳에 내려앉은 듯 홍련은 대낮에도 한껏 불을 밝히고 있다. 연등처럼 떠오를 것만 같은 연꽃은 금방이라도 연못 전체를 두둥실 띄워올릴 태세다. 꽃이 크니 그 느낌도 여느 꽃구경과는 다르다. 게슴츠레한 눈으로는 연꽃이 들어오지도 않는다. 눈을 더욱 크게 뜨게된다.
방석만한 연잎 위로는 물과 이슬이 방울져 데구르르 구르고 둔중한 잎 위로 개구리는 물론 물새들이 걸터 앉아 휴식을 취한다.
연꽃밭을 가로 질러 난 나무 다리 연지교는 연꽃의 아름다음을 완상(玩賞)하는 데 그만. 연꽃을 발아래 스치고 지나가면 은은한 연꽃 향이 흠뻑 적셔온다.
덕진연못에서는 30일부터 8월1일까지 3일간 전주예총 주최의 연꽃 예술제가 열린다. 아마추어 사진촬영대회, 연향차 다도체험, 사물놀이, 노래자랑 등 다양한 행사가 여름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 맛과 멋, 소리의 고장 전주
덕진채련의 전주는 맛과 멋, 소리의 고장이다. 연꽃 구경을 마쳤다면 ‘예향’ 전주를 둘러보자.
요즘 새로 뜨고 있는 명소는 완산구 풍남동과 교동 일대의 한옥마을. 650여채의 한옥이 보존돼 있는 이곳에서 풍남제, 종이문화축제 등 전주 문화축제의 대부분이 열린다. 한옥마을에는 한옥생활체험관, 전통 술 박물관, 공예품전시관, 전주명품관 등이 문을 열고있고 전통찻집, 한지공방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전주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면 한옥생활체험관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권할 만하다. 댓돌과 툇마루, 돗자리와 온돌 바닥의 이부자리 등 한옥에서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놋그릇에 정성들여 담아내는 오첩반상 식사는 한옥체험의 백미이다.
한옥마을 인근에는 이성계가 황산벌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축하연을 벌였다는 오목대, 전주의 4대문중 유일하게 남은 풍남문이 있고 태조의 초상화를 모신 경기전에는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의 위폐가 봉안된 조경묘가 있다. 한국 천주교의 순교 1번지로 불리는 전동성당은 매년 성지 순례객 30만명이 찾는 명소이다.
/전주= 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전주여행
음식의 고장 전주. 그래서 전주여행은 입이 즐거운 행복한 여행이다.
우선 전주비빔밥. 서울 등지의 비빔밥이 매운 고추장으로 승부를 건다면 전주비빔밥은 각종 재료가 빚어내는 깊고 은근하고 오묘한 맛이 특징이다. 전주비빔밥은 전주에서 먹어야 제 맛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시내 중심지와 덕진공원 인근에 유명 음식점이 모여있다. 가족회관 (063)284-0982, (063)성미당 284-6595, 한국집 (063)284-0086, 갑기회관 (063)211-5999, 고궁 (063)251-3211
콩나물국밥도 전주의 대표음식. 막걸리에 한약재와 흑설탕을 넣고 끓인 모주와 곁들이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 고사동과 경원동 풍문사거리 인근에 이름난 집들이 모여있다. 한일관 (063)284-3349, 삼백집 (063)284-2227, 삼일관 (063)284-8964
요즘 광주 등지에서 남도 한정식이 뜬다는 소식에 전주 사람들은 불쾌하다는 눈치다. 한정식은 누가 뭐래도 전주한정식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전라회관 (063)228-3033, 백번집 (02)286-0100, 백만회관 (063)254-6633 등이 유명하다.
전주의 훈훈한 정을 느끼고 싶다면 삼천동 막걸리집 타운에 들러보자. 용진네집(063-224-8164) 등 50여집이 골목골목에 모여있다. 1만원짜리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키면 술국에 꼬막, 홍어회, 고등어조림, 소라 등 반찬이 열댓가지가 나와 푸짐한 인심에 놀란다.
덕진공원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나와 호남제일문을 지나 녹두길을 타고 시내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다 보면 전주대교를 넘자마자 덕진중 건너편으로 덕진공원 이정표가 나타난다.
시내 중심가로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시청을 지나 2~3분 거리에 리베라 호텔이 보인다. 호텔 뒷 부분이 바로 한옥마을. 주변에 경기전, 전동성당, 풍남문, 오목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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