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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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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인취사의 혜민 스님께.지난 주말 뵈었죠. 세차게 내리쏟는 빗속에서 저를 정답게 맞아주셨는데, 제대로 인사를 못드리고 온 것 같아 이렇게 편지로나마 고마움을 전하려 합니다.

인취사에 들어오신 지 어느덧 34년, 절로 들어가는 길 조차 없던 폐사를 지금의 아담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혼자서 일궈내셨다니 노고가 얼마나 크셨겠습니다. 16년 전 연꽃과 인연을 맺으셨다죠. 우연히 얻은 백련 세 뿌리를 정성껏 가꿔 이제는 인취사의 800여평 연못을 가득 메우고, 많은 사찰과 시ㆍ군에 백련을 나눠주셔서 전국을 연꽃 세상으로 만들고 계신다면서요.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묻자 스님은 “연이 불교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환경을 살리는 꽃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물이 깨끗해야 인간이고, 동물이 제대로 살 수 있는데, 바로 연꽃이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말씀이었죠.

연꽃밭에는 살아 돌아온 개구리, 물방개 등이 지천인데, 올챙이가 정성들여 가꾼 연잎을 다 뜯어먹어도 그저 반갑다 하셨죠. 그래서 연꽃을 훨씬 더 많은 곳에 보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올해로 11년째인 인취사의 연꽃축제 ‘백련시사’가 내달 14, 15일 열리는 게 맞죠?. 전국의 시인묵객과 더불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연꽃의 흥을 돋우는 이번 축제는 예년과는 조금 달라진다면서요.

다른 연꽃축제들이 대중가수를 불러와 앰프소리나 높이고 먹자판 장삿속으로 변해 가는 게 안타까워 연꽃축제의 전범을 만들어 보겠다시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신성하고 영험하다는 연꽃을 주제로 한 축제는 뭔가 달라도 달라야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도 지방의 많은 축제들이 주제만 다를 뿐, 내용은 시끌벅적한 노래자랑이다, 팔도음식축제다, 하며 똑 같은 모습만 보여줘 불만이었거든요..

건강 비결을 묻자 지금도 매일 역기 4,000번을 든다고 하시길래, 속으로 ‘설마’ 했죠. 스님은 제 눈빛을 알아채셨는지 웃통을 벗고 ‘뽀빠이’ 몸매를 보여주시며 “나이는 예순 둘 먹었지만 몸은 아직 20대”라며 씩 웃으셨죠.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누가 말했던가요. 스님의 건강에 놀랐고, 스님의 천진난만함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아무쪼록 더욱 건강하시구요, 더욱 정진하십시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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