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先진상조사 後문책"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보고누락 의혹과 관련, 열린우리당은 겉으로 "대통령이 추가 조사를 지시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으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후 "이번 사건은 군사작전을 효과적으로 잘했느냐의 문제와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한 북측과의 교신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진 후에 문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또 전날 '군 수뇌부 물갈이'를 주장했던 김희선 의원의 발언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군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문책론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도 "군의 잘못은 분명히 있지만 아직 군이 어떤 의도를 갖고 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군과 여권이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경계했다.
이렇듯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당 저변에는 군 수뇌부에 대한 불만과 인책론이 끓고 있는 양상이다.
임종석 대변인은 "군의 보고 내용은 상당히 부실하다"며 "단순히 군 내부의 기강 문제를 넘어서 남북관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군에 대한 강한 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현미 대변인도 "일부 군 인사가 언론플레이로 대통령의 지시에 저항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보고누락 만큼 심각한 기강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장선 의원은 "북한의 개방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에게 무조건 끌려 다니면 버릇없는 아이처럼 될 수 있다"며 "북한군의 잘못에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한 "軍보고만 문제삼나"
한나라당은 20일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사건을 두고 "군의 대응은 정당했는데 왜 북의 거짓말에는 입 닫고 군 보고만 문제 삼느냐"며 적극적으로 군을 감쌌다. 정부여당의 자세가 "남의 집 애에게 얻어맞고 온 우리 집 애만 야단치는 의붓아버지 꼴"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포함, 의문사진상규명위의 군수뇌부 조사 등을 다루기 위해 국방, 통외통, 행자위 연석회의를 추진하는 한편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공개질의서도 발송키로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북한이 NLL을 침범하고 교란전술을 구사한 것"이라며 "교전규칙에 따라 사태에 잘 대응한 우리 군을 상대로 보고가 잘 안된 것만 문제 삼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라고 주장했다.
육군중장 출신 황진하 의원은 "NSC와 노무현 대통령이 사태의 전말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군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은 물론 정권의 군 길들이기를 위한 수순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준장·소장은 군부정권에서 지도력을 키워 온 사람"이라는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발언도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김 대표는 "북한에 대해 적개심을 버려야 한다는 정권이 우리 군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해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했고, 이규택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여당은 군에서 보면 의붓아버지"라고 비꼬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거짓말을 해가며 영해를 침범한 북한 경비정보다 이를 몰아내기 위해 함포 위협 사격을 한 우리 해군이 더 문제란 말이냐"고 반문하고 "국민보다 북한의 눈치를 더 살피는 행동의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