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
★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습니다. 친구 속에 섞여 있는데 친구가 없습니다. 사랑은 흔한데 사랑이 없습니다. 마음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와 닿지 않으면 손을 잡아도, 가슴을 안아도, 몸을 섞어도 따뜻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하나 있으면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