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출 증가율 하락세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수출 단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이달 들어 18일까지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내수침체에 더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수출 증가율마저 반전하면서 한국경제 불안요인이 현실화하고 있다.
20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수출 누적액(통관 기준)은 99억3,3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달 18일까지의 누적액(120억1,500만달러)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이기간 수입이 101억2,400만 달러에 달해, 무역수지가 1억9,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수출을 주도했던 자동차는 승용차 기준으로 16일까지 수출액(6억1,000만달러)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1억5,000만 달러 줄었다.
또 선박 수출은 4,000만 달러에 불과, 지난달(3억9,000만달러) 보다 무려 3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매월 중반이후 수출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20∼25일께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수출 호황이 끝물에 들어섰음은 분명하다.
수출단가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수출기업의 수익감소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1·4분기까지 공급과잉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 가격은 이달 들어 현물가 기준으로 3.5%, 고정거래가도 3∼5% 떨어졌다.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는 대만업체들의 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TV용 패널가격이 2분기부터 10∼20%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역시 미주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로 차종별로 1,000∼2,000달러의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수출 절대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반도체 LCD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 하락으로 수출 증가율이 상반기 30%에서 하반기 1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태정 연구위원은 "내수경기가 미약하게 회복하더라도, 수출둔화 폭을 상쇄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회복다운 회복도 경험하지 못한 채, 장기불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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