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큐레이터로 일한 지 7년 만에 세번째 어린이 기획전을 마쳤다. 큐레이터란 작가와 작품을 보살피는 사람으로 미술에 대한 헌신과 봉사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해온 나에게는 당연 새싹들을 위한 봉사전시회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어린이 기획전은 99년 '쿨룩이와 둠박해'전을 시작으로 2년에 한번씩 개최한 셈인데, 해마다 5월이면 어린이미술대회 '상'으로 분주한 우리현실을 반성하며, 미술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레고, 코스프레, 놀이방 등 친숙한 주제로 전시회를 구성해 보기도 했고,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작품들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며 체험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하루 평균 2,500명이 넘게 어린이들이 다녀갔지만, 전시종료 3일전 한 어린이가 장난으로 낸 가스사고로 여섯살 난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오랫동안 과연 미술을 돌보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성공적으로 끝낸 '가나가와 세계 어린이 비엔날레'전은 나의 오랜 자책감을 씻어준 감사의 전시였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다'는 미술의 본질로 돌아간 '가나가와…'는 81년부터 격년으로 일본 가나가와에서 개최되는 전시로 세계 각국 어린이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유일한 어린이 비엔날레이다.
부유한 나라에서 자라는 어린이들, 가난과 굶주림, 전쟁의 아픔 속에서 사는 어린이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나누는 '가나가와…'는 무의식 속에서 그리는 어린이들의 순수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국 어린이들은 어떤 특정 주제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이나 즐거움, 슬픔 속에서 자유롭고 개성있는 작품을 그리는 것이다. 꾸밈없고 순수한 것이 어린이 전시회를 통해 바라본 세상이었다.
/신정아 성곡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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