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수상스포츠의 꽃’ 윈드서핑을 즐기려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 뚝섬 유원지와 인천 용유도, 충남 아산만, 부산 수영만 등 물과 바람이 있는 곳에는 윈드서핑 마니아들로 붐비고 있다.윈드서핑은 고가의 장비 구입 등으로 ‘부유층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또한 생각만큼 위험하거나 어렵지 않기 때문에 물을 겁내지 않고 비상시 대처요령만 알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특히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도 커 여성 마니아들의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뚝섬 유원지와 경기도 청평, 양평 등지를 찾으면 체계적인 기본 교육과 함께 저렴하게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다.
▲ 바람을 타는 수상레포츠
바람을 이용해 물결을 가르는 수상스포츠. 여름철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바람이 많이 부는 봄가을에 적합한 운동이다. 파도를 타는 서핑 보드와 바람을 안고 물살을 헤치는 요트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 1인승 돛단배인 셈이다. 보드 위에 360도 회전이 가능한 돛을 걸어 세운 뒤 양손으로 돛을 움직여 바람을 타면서 달린다.
뒷바람은 물론이고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더라도 돛을 조정해 마음먹은 쪽으로 갈 수 있다. 돛의 곡면에 스치는 바람으로 양력(揚力)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45도 방향으로 지그재그로 진행하면 맞바람도 거슬러 갈 수가 있다.
윈드서핑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8년. 미국의 요트맨 호일 슈바이처와 초음속기 설계사인 짐 드레이크가 공동으로 고안했다. 국내에는 75년 도입됐다.
80년 10월 대한요트협회 심판위원이었던 권희범씨가 대한해협을 횡단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에만 60여개, 전국적으로 300여개의 동호인 클럽이 있다. 동호인 수는 약 3만명. 그 중에 20% 가량이 여성이다.
▲ 4일 강습으로 한강 도강
윈드서핑은 하루 3∼4시간씩 4∼5일 정도 교육 받으면 한강을 건너갈 수준이 된다고 한다. 기초교육은 육상에서 윈드서핑을 타고 물결을 가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시뮬레이션’과 물에 들어가 돛을 달지 않은 빈 보트에 올라가 중심잡기, 보트 위에 엎드려 헤엄치기 등을 한다. 이후 방향 틀기와 바람 이용법 등 세일링에 들어간다.
초보자들은 매일 물 속에 들어가 훈련을 받기 때문에 교육이 끝나면 몸무게가 2kg 정도 줄어들 만큼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익숙해지면 근육 뭉침 등 운동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윈드서핑은 바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보통 바람에서 초속 30 ㎞ 이상을 낼 수 있고, 거센 바람이 몰아칠 때는 100㎞ 이상이 날 정도로 속도감이 좋다. 이 때문에 마니아들은 초보자들에게 “바람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스피드 클럽 운영자 양광률씨
“윈드서핑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즐기는 ‘귀족 레포츠’가 아닙니다. 월 8만원 정도(연회비 90만원)면 무한정 즐길 수 있습니다.”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 윈드서핑 스피드클럽을 89년부터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양광률(40) 클럽장의 말이다. 양 클럽장은 20일 우리나라 실정에서 윈드서핑처럼 쉽게 배우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윈드서핑을 배우려면 물에서 입을 수 있는 간단한 복장과 세면도구만 챙겨 가까운 클럽을 찾으면 된다”며 “회원이 아니더라도 월 6만원이면 장비들을 빌려주고 초보자 강습도 해준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들은 한 시간만 배워도 한강을 건널 수 있고, 길게 잡아도 3일이면 누구나 기술을 마스트 할 수 있다는 것. 4일 코스는 약 20만원이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서핑을 즐기려면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1대1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고 시즌 동안 아무 때나 방문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그는 “윈드서핑은 강, 호수, 바다 등 물과 바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할 수 있다”며 “주말을 이용해 즐기기에는 도심에서 가까운 한강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강의 경우 뚝섬지구 반포지구 이촌지구 성산지구 등 4곳에서 3월부터 11월 초까지 서핑이 가능하다.
그 중 뚝섬유원지에만 60여개의 클럽이 운집해 있고 이곳을 이용하는 동호인만 5,000여명에 이른다. 바람이 강한 봄 가을에 비해 수온이 높고 바람이 약한 6, 7월이 초보자들이 배우기에는 적기다.
그는 “윈드서핑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기가 갖고 있는 체력만큼만 바람을 받아 타면 되기 때문에 여자들도 쉽게 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초보자일 경우 장비를 다루기 어려워 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보드 폭이 넓어지고 부력이 좋아져 물에 자주 빠지지 않고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에서의 서핑은 보드 위에 서 있기조차 힘들지만 강에서는 수영을 못하더라도 구명조끼를 입고 씨름하다보면 수영까지 덤으로 익힐 수 있다”며 “물살을 맞으며 질주하다보면 머릿속이 시원해지고 흔들리는 보드를 딛고 달리면 몸의 균형을 잡아가고 민첩함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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