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유신 말기 대표적 공안사건이었던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의 민주화 운동 관련성 여부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의문사위는 남민전 준비위원회 위원장 이재문(당시 47세)씨가 1981년 서대문구치소에서 옥사한 사건과 관련해 "남민전이 무력투쟁 조직을 운영하는 등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이재문씨는 1976년 남민전 준비위원회를 조직해 위원장직을 맡고 있었으며 당시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서대문구치소에서 형집행 대기 중 위유문협착증으로 옥사했다.
남민전은 이재문, 신향식, 김병권씨 등이 1976년 반유신 민주화운동,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 등을 목표로 결성, 79년 공안당국에 의해 와해될 때까지 활동했던 지하조직으로 이 사건으로 검거된 사람만 84명에 이르는 유신 말기 최대의 공안사건이다.
의문사위는 그러나 이씨가 위암에 걸린 상태였고 81년 8월께부터 악화된 위장병으로 3개월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했음에도 구치소에서 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방치,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들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사망은 인정했다. 의문사위 관계자는 "이씨가 79년 10월 검거될 당시의 진료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씨가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염규홍 조사1과장은 "부족한 조사인력과 짧은 조사기간, 관계기관의 비협조라는 악조건 속에서 유신 말기 최대 공안사건인 남민전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향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남민전 사건의 실체와 성격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윤기자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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