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7월21일 미디어 이론가 허버트 마셜 맥루언이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튼에서 태어났다. 1980년 졸(卒). 맥루언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16세기 영국 작가 토머스 내시를 주제로 학위 논문을 쓴 뒤 캐나다와 미국 대학을 오가며 영문학자로 학문적 이력을 시작했지만,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것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대한 일련의 저서들을 내면서부터다. '구텐베르크 은하계'(1962), '미디어의 이해'(1964), '미디어는 마사지다'(1967: 쿠엔틴 피오리와 공저) 같은 책들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며 문화 이론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냉전의 종식과 함께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새삼 오르내리게 된 '지구촌'(global village)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이 맥루언이다. 맥루언에 따르면 텔레비전 등의 전자미디어를 통한 상호의존은 세계를 지구촌의 이미지로 재창조하고 있다. 그 지구촌 안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사람들에게 정보 그 자체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몸의 기술적 확장으로서의 그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 가운데 특히 촉각을 자극하는 마사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미디어는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번역하는 능동적 은유다.
맥루언의 지적 영향력은 그가 죽은 뒤 더욱 강력해지고 있지만, 그는 생전에도 이미 슈퍼스타였다. 1960년대 이후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맥루언 심포지엄이 열렸고, 미국마케팅협회에서부터 미국전신전화회사(AT& T)와 IBM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체·기업들이 이 미디어·팝 문화의 대부를 앞 다퉈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맥루언은 작고하기 세 해 전인 1977년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맨틱 코메디 '애니 홀'에 유명한 미디어 이론가 맥루언의 역을 맡아, 다시 말해 '자기자신 역'을 맡아 출연하기도 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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