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차장급 직원이 직장 동료 등 110여명으로부터 58억원 가량의 자금을 받아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등으로 날린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국책은행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를 해 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자본시장실 J차장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료 직원 60여명과 외부 인사 등 110여명에게서 총 58억여원의 자금을 모아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 특별 감사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특히 J차장이 회사 동료 뿐 아니라 상당수의 외부 인사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했다는 점을 중시, 자산운용업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적인 사설 펀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자체 검사 결과 초기에 투자금을 맡긴 직원들은 일부 수익을 챙겼지만, 이후 주식 시장 침체로 투자손실 20여억원, 수수료 12억여원 등 투자금을 모두 날리면서 최근 계좌를 폐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J차장은 수년 전부터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은행 내에 퍼지면서 직원들에게서 개인별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 가량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직원 중 일부는 부모 등 친지의 자금까지 끌어들였으며, 2000∼2001년 무렵 중간 정산을 받은 퇴직금을 모두 쏟아 부은 직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에는 특히 부서장급 이상 간부도 9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은행측은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이날 자로 임원 1명은 보직을 전환하는 한편 부서장 8명은 보직 해임하고 대기 발령하는 등 문책 인사를 했다.
자금을 모집한 J차장은 사건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으며, 현재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J차장은 지난해 2월부터 자본시장실에서 회사채 발행 주간 업무를 맡아 와 업무 상 알게 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자를 해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돈을 맡긴 임직원들 역시 이같은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투자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문책 인사는 직원들간에 과다한 금전 대차를 금지하는 내부 '윤리 행동 강령'에 따른 것일 뿐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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