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34)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 추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일부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여성 피해자 11명은 시체가 암매장 장소에서 발견됐지만 부유층 노인 등 나머지 피해자 9명의 경우 유씨의 범행으로 단정할 만한 뚜렷한 물증을 발견하지 못했다. 유씨가 거짓 진술을 했거나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범행 입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4건의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경찰은 "유씨의 진술이 범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내용이고 현장에서도 정확하게 범행을 재연했다"며 증거물로 유씨의 오피스텔에서 발견된 혈흔이 묻어 있는 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혈흔이 오래돼서 분석이 어렵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경찰은 부랴부랴 혜화동 사건에서 불을 지르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가 있고, 구기동 사건의 경우 피묻은 수건이 발견됐다고 추가로 밝혔다. 하지만 이것도 결정적인 증거로는 보기 어려운데다, 앞으로 추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황학동 노점상 살해사건도 유씨의 진술만 있고 물증은 전혀 없는 상태다.
경찰은 유씨가 출장마사지사나 전화방 도우미 등만 골라 범행했다고 밝혔지만 추가 수사결과 2명은 일반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실종신고가 접수된 권모(24)씨는 피부관리사로 정시에 출·퇴근하는 여성이었으나, 1주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자 함께 사는 친구가 신고를 했다. 또 다른 피해여성인 한모(34)씨도 별거 중 친정에서 생활하다 전화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그러나 "유씨가 이들을 광고 전단지에 소개된 전화번호로 연락해 만나게 됐다고 진술한 점으로 볼 때 이들이 가족 몰래 아르바이트를 했을 수도 있다"며 유씨 진술에만 무게를 두었다.
이미 알려진 피해자 20명 외에 유씨가 진술했다는 6명 추가살해 여부도 현재와 같이 유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수사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초 유씨는 부산 2건과 서울 4건이 더 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음 부산의 경우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또 서울 서남부 살인사건을 비롯해 미제 살인사건과 유씨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했으나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유씨는 "나머지 6명도 내 소행이라고 밝히려면 알리바이를 조작하라"며 경찰을 비웃고 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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