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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 저생각/전통 발효식품 푸대접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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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 저생각/전통 발효식품 푸대접 안돼

입력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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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된장 고추장 등 전통 발효식품이 아이들 식단에서 멀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몇 년 전 어느 대학에서 고추장과 마요네즈에 대한 한국인의 입맛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10대에서는 고추장 안 섞은 순수 마요네즈를 가장 좋아하였고, 20대에서는 마요네즈에 고추장이 20% 정도 섞인 것을 좋아했다. 30대는 고추장이 40% 정도 섞인 것, 40대에서는 60% 정도 섞인 것을 좋아했다. 50대는 고추장이 80% 정도는 섞여야 좋다고 했고 60대는 마요네즈를 전혀 섞지 않은 100% 순수 고추장이 제일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10년마다 20%씩 고추장 맛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이제 50대에 가까운 사람들은 미국 잉여농산물처리법 408호의 혜택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에 익숙해져 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빵을 먹고 자라 밀가루 음식에 익숙해졌고 거기에 김치, 고추장, 된장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부모가 됐을 때 자기가 별로 입맛 들이지 않은 발효식품을 자녀들에게 제대로 찾아 먹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후 세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둘째, 젊은 시절부터 이런 고유 식품을 만드는 방법조차 익힐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 손으로 만들지 못하는 김치 등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셋째,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조리 시간이 부족해졌다. 바쁜 직장 생활에 매달리다 보니 손수 만들어 먹는 음식보다 어지간한 반찬은 사다 먹는 경우가 늘어난다. 손이 많이 가는 발효식품 및 그와 관련된 음식보다는 간편하고 손쉬운 것을 택하는 여성들을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거의 1인3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김치, 고추장, 된장은 그 냄새 때문에 배척의 대상이었고, 미개인들의 음식처럼 대접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적 우수성까지 밝혀지면서 여러 나라에서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푸대접을 받고 우리 어린이들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동안 이웃 일본은 김치를 자기들 식품인 양 전 세계를 상대로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량을 늘려 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는 칭찬을 받는 고유 식품인 된장, 고추장, 김치를 이렇게 팽개치고 말아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ksun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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