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는 결코 원초적인 자연을 간직한 천혜의 요새가 아닙니다. 냉전체제가 낳은 '뜻밖의 자연'이죠."비무장지대의 역사·인문·자연생태에 대한 종합보고서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eastward 刊. 2002년)가 내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출품작으로 선정돼 최근 독일어로 번역돼 나왔다. 오는 9월에는 영문판도 선보일 예정.
저자 함광복(54·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씨는 DMZ를 인간의 간섭이 끊임없이 계속된 지극히 부자연스런 공간으로 규정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원시의 자연상태를 보존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관점과는 정반대의 견해이다. "그 곳의 자연환경은 일탈을 경험하고 있어요. 30년 전만 해도 열목어, 멧돼지, 고라니 등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 수도 많이 줄었어요."
함씨는 DMZ를 인간과 전쟁, 자연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전쟁-자연 생태계'라고 부른다. "학술단체와 언론이 처음 DMZ를 다룰 때는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자연만을 다뤘어요. '신종 생물체의 보고', '태고의 공간'이라는 포장이 하나 둘 덧씌워 졌죠." 함씨는 이러한 단순 논리와 불균형한 시각이 깊이 있는 연구의 결핍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임업연구원이 1996∼2000년 DMZ 내 단위면적당 임목축적량을 조사한 결과 남한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DMZ는 적극적인 복원작업을 펴지 않으면 급속히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어요." 함씨는 패권이 격렬히 충돌한 공간이자 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DMZ를 냉전 유적지이자 자연사 박물관으로 보존하는 문제는 전세계 사람들의 숙제라고 말한다.
강원 홍천 태생으로 30년 넘게 DMZ를 관찰, 연구해 온 함씨는 97년부터 남강 연어 방류사업을 펴는 동시에 DMZ접경 생물권보전지역 자문역 등을 맡아 'DMZ 바로알기운동'을 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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