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년 임기의 새 지도체제를 출범시켰다. 다시 선출된 박근혜 대표는 이제 선거를 위한 임시 지도자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야당의 리더라는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됐다. 한나라당의 새 체제는 정치인 박 대표에게 대권을 가늠할 기회이자, 야당으로서 수권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국정의 중심에 비판과 대안 세력으로서 자리잡는 '성실한 야당'의 구현과 실천이라는 점을 명심하는 일이다.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야당의 존재와 역할이 갈수록 커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지적을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돼 가지만 혼선에 빠진 국정은 가닥을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야당이 명확한 정체성과 책임감으로 집권세력의 독주와 독단을 견제하고 조정할 것을 다수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걸맞은 자격과 실력을 갖추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보인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단적인 예로 수도이전이라는 국가적 논란에서 당론다운 당론 하나 주도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비겁한 처신으로는 야당에 대한 기대를 담지 못한다. 반대만 외치는 편한 당략이나 정부의 실정이 가져다 주는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자세로는 만년야당은 가능할지 몰라도 수권야당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정부를 표적으로 한 '야당정치'를 벗어나 국민을 향한 '비전정치'를 펼 수 있을 때 국민의 마음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음을 한나라당은 알아야 한다. 과반 의석의 힘을 갖춘 여권은 개혁의 명분으로 온갖 분야의 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눈으로 올바르게 판별하고 합리적 시시비비를 가릴 실질적 의회 세력이 바로 한나라당이다. 여태껏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이미지 하나로 버텨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는 전혀 통할 수 없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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