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9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2기 체제'를 열었다. 박 대표가 이날 대의원 등의 압도적 지지로 재신임되면서 양 어깨에 매단 것은 도약의 날개인 동시에, 당 안팎 무거운 과제이기도 하다.1기 대표가 100일간의 시한부 관리자였다면 2기 대표는 2년을 책임져야 할 명실상부한 당의 주인이다. 그의 강점인 대중적 인기를 맘껏 구사할 수 있는 선거공간도 당분간 없다. '박근혜 리더십'을 구축, 정공으로 승부해야 할 본 게임의 막이 오른 것이다.
박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등 당장의 현안은 물론 정기국회 등을 통해 예상되는 여권의 개혁프로그램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 유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한 박 대표에게 향후 2년은 여권의 거센 검증 공세가 몰아치는 '고난의 2년'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표가 사안별·즉자적 대응이 아닌 원칙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국대응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느냐도 당 안팎에선 주목할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수락연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 한국을 선진화로 이끌기 위한 '선진국가 개조계획' 청사진을 마련해 국민 앞에 제시할 것"을 천명했다.
당내에선 비주류들이 이미 박 대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 놓고 있다.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 3선3인방이 '박근혜 대권 필패론'를 띄우며 공세를 시작했고, 영남 보수파도 향후 당 정체성 문제 등을 두고 박 대표와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당내 대권 경쟁자가 박 대표를 정 조준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하지만 박 대표는 "나라를 위해 옳은 명분이면 (비주류도) 같이 할 것"이라며 당당한 당내 행보를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김영선 후보가 각각 2,3위의 득표로 최고위원이 됐다는 점도 한나라당으로선 의미가 커 보인다. 50%가 반영된 인터넷선거·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은 바 크지만, 당의 골간인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변화 추구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간 한나라당에 덧칠된 노인당, 영남당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이날 전당대회 결과를 "한나라당 주류의 완전 교체와 함께 변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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