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세계 1위업체 LG필립스LCD(이하 LGPL) 공모주 청약 첫날인 19일, 한국측 대표주간사인 동원증권 창구에는 하루종일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이날 일반청약 경쟁률은 0.93대1을 기록했다. 청약이 마지막 날인 20일에 집중될 것이란 예상이지만, 시가 총액 10조원대로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빅 5'로 등극하게 될 초대형주의 공모치고는 청약열기가 미지근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거인 LGPL의 상장에 따른 장단기적 주가변동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라 IT업종 주가변동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삼성SDI, LG전자 등 디스플레이 업체와 장비업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적정주가는 3만∼5만원대
LGPL의 공모가 3만4,500원을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1조1,642억원으로 16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12조원대인 한국전력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또 2, 3위인 포스코(14조1,900억원), SK텔레콤(13조8,630억원) 등과 비교해도 언제든지 2위에 올라 설 수 있는 규모다. 올 초만해도 증권가에서는 LGPL의 시가총액이 최고 3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TFT-LCD 호황이 계속되면서 1분기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두는 등 최고의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LCD 가격이 6월을 전후해 하락하고 정보기술(IT)경기가 얼어붙으면서 LGPL 공모가는 수 차례 조정을 거쳤다.
공모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낮게 결정됐지만, 향후 주가전망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공모가격을 기준으로 한 LGPL의 주가수익율(PER)은 4.2배로 경쟁업체인 대만 AU옵트로닉스(AUO·4.9배), 치메이옵트로닉스(CMO·5.0배), 삼성전자(6.2배)보다 저평가된 상태다. LGPL이 삼성전자와 세계 TFT-LCD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AUO, CMO 보다는 프리미엄을 더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제우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LG필립스LCD에 대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시장지배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5만원 안팎이 적정주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LCD 업황을 고려하면 3만원 후반대가 적정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LGPL 적정주가로 3만9,000원을 제시하고 LCD TV 수요가 확인되면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부증권은 세계 LCD패널업체 주가평균 등을 고려해 3만5,700원∼3만9,000원을 적정주가로 제시했다.
LCD 관련주 수혜 예상
LGPL 상장으로 국내 대형 IT 관련 주가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LGPL 매수를 위해 펀드 내 대형 IT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투신운용 관계자는 "펀드 내 IT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과 내수주, 저가대형주 등을 주로 편입하고 있는 기관들이 대책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LGPL과 대체재 성격을 지닌 디스플레이업체 삼성SDI와 LG전자 등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LG전자의 경우 LGPL 지분 44.8%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산 가치 상승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LGPL의 설비투자 확대로 장비·부품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우리증권은 LGPL이 건설중인 파주 7세대 생산라인 수혜주로 탑엔지니어링, 케이씨텍, 주성엔지니어링, 에쎌텍, 신성이엔지, 삼우이엠씨, 테크노쎄미켐, 앨엔에프 등을 꼽았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