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경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순간 행사장인 서울 잠실체육관 곳곳에선 '어어!'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원희룡, 김영선 최고위원 당선자가 각각 2, 3위를 차지, 이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발표 직전 이를 보고를 받은 김덕룡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도 "확실한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김 당선자도 "나 스스로도 기절초풍할 노릇"이라고 놀라워 했다.
40대의 두 젊은 의원이 뒤늦게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여전히 연륜과 안정감을 최고로 친다"며 이들의 막차 당선 또는 낙선을 점치는 이가 많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당직자들은"당 지지자들이 두 번의 대선 패배를 당하면서 더 이상 낡은 이미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대의원의 50%를 40대 이하로 배치하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인터넷 투표를 30%와 20% 씩 반영한 것도 두 당선자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
예상된 결과지만, 박근혜 대표최고위원의 당선이 발표되자 행사장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박사모''사랑혜' 등 박 대표 팬 클럽 회원들은 풍선과 플래카드를 흔들면서 얼싸안고 춤을 추며 눈물까지 흘렸다. 박 대표는 당선 인사에서"현 정권이 초래한 고통에서 국민을 건져 내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겠다"며 "제가 현실에 안주하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해 실망을 드리면 언제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앞서 열린 전당대회 이벤트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식전 행사에선 배일도 의원 등이 '난타' 공연을 모방, 부패정치를 상징하는 큰 얼음을 장단에 맞춰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개표 도중엔 보컬 정두언, 색소폰 심재철, 드럼 정문헌, 키보드 김희정 의원 등으로 구성된 록밴드가 '젊은 그대' 등을 연주했다. 의원 보좌진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하는 뜻의 '고구려 AD410'라는 밴드를 결성, '오 필승 코리아'를 불러 분위기를 이어갔다.
또 천막당사 시절의 사진과 정권 탈환의 희망을 담은 당원들의 쪽지 등을 타임캡슐에 넣어 봉인, 2007년 대선 선대위 발족식 때 개봉키로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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