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마르크 샤갈전이 개최된 것도 반갑지만, 전시장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사실도 놀랍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샤갈전에는 17, 18일 주말을 통해 1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쇄도했다. 질서유지를 위해 입장객 수를 통제해야 했다고 하니, 우리 문화계로서는 보기 드문 경사다. 뒤집어 보면 그동안 애호가들이 찾고 싶은 미술행사가 적었고, 시민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한국에서 샤갈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나, 예전 전시회는 이번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이 전시회는 2000년 가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렸던 인상파전의 열기에 비견될 만하다. 하지만 위대한 화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점에서는 그때의 인상파전이 샤갈전의 본격적 깊이를 따라오기 어렵다.
출품작은 샤갈의 고국 러시아와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특별히 대여해준 120여점의 유화와 석판화 등이다. 샤갈의 대표작으로 꼽힐 수 있는 '비테프스크 위의 누드' '도시 위에서' 등 수 많은 유화가 걸려 있고, '오디세이아' 연작 석판화들이 다정하다. 유대인이었던 샤갈에게는 격동적 삶이 예고돼 있었다. 가난한 마을의 우울한 성장기, 밀어닥친 러시아 혁명, 당국과의 예술적 불화, 서유럽에서 꿈꾸는 신생(新生), 나치의 유대인 탄압, 전후 미국과 프랑스에서 꽃피운 예술 등이 그림에서도 20세기의 연대기처럼 펼쳐진다.
그의 그림은 고향 소도시 위로 떠가는 아름다운 연인이나 꽃다발, 서커스의 광대 등을 다양하고도 복합적으로 배치시킨다. 풍성한 선과 환상적인 색채로 칠해진 작품들은 주요 미술사조를 모두 포용하면서, 삶에 대한 긍정이라는 독자적 메시지를 전한다. 피카소, 마티스와 함께 20세기적 불안을 환희로 승화시키고자 한 화가 샤갈의 한국 전시회는 애호가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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