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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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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입력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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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도 오르기 전 서곡의 비트 강한 선율이 극장을 울리자 맨 앞줄에 자리한 열성 팬들의 환호가 터졌다. 자욱한 스모그를 헤치고 박건형이 쫙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등장하면서 열기가 고조됐다.무대 저 뒤편으로 자동차가 오가는 브루클린 다리의 불빛이 보이고, 수십명의 젊은 배우들이 비지스의 ‘스테잉 어라이브’에 맞춰 분주한 뉴욕 주변부의 일상을 보여줄 때 무대는 폭발할 듯한 에너지로 충만했다.

제 각기 동선으로 움직이던 배우들이 작은 원을 이뤄 모두 팔을 내뻗으며 춤을 출 때 관객의 기대감은 최고조를 이룬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연출 윤석화)는 끈적끈적한 한 여름, 해변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성적 긴장감으로 내내 팽팽하다.

이 성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켜주는 것은 주인공 토니(박건형)와 스테파니(배해선)이다. 토니는 거칠지만 마음 속이 열정으로 가득한 페인트 가게 아르바이트생. 마음 속엔 춤과 사랑으로 가득하지만 자신이 뭘 원하는 지는 잘 모르는 철부지다. 토니는 춤 잘 추는 스테파니가 마음에 들지만 스테파니는 토니가 안중에 없다.

스테파니는 커피보다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티’를 좋아하고, 서민들이 사는 브루클린보다는 브루클린 다리 너머의 맨해튼을 동경하는 속물이다.

여기에 토니를 따라 다니는 아네트(윤석화), 심약한 바비(김도형), 음흉하면서도 유쾌한 몬티(홍석천) 등이 뒤섞여 저마다 고민을 토해낸다. 성장통에 아파하는 청춘군상의 표정들이 생생하다.

‘나이트 피버’ 등 비지스의 약동하는 선율, 몇 달 간 고된 훈련 끝에 얻어낸 고난이도의 활달한 군무, 고급스러운 무대도 좋다.

그러나 박건형이 뿜어내는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수컷의 매력, 배해선이 살짝 들춰 보이는 은근함이야 말로 이 작품의 자랑거리다. 둘은 지금 한국 뮤지컬계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 가운데 하나다. 8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3672-3001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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