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서 4년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38)씨. 창업 초기인 2000년 초반부터 점포규모가 작지만 아담해서 단골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매출이 떨어지자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경영진단을 받았다.컨설팅 회사는 낮 시간대에 커피ㆍ차 메뉴 외에 김치볶음밥과 오무라이스 등 식사를 판매하고, 저녁 시간대에는 생맥주 등을 판매하는 이모작 창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씨는 1,800만원을 들여 일부 인테리어를 고치고 집기를 새로 구입해 올해 초 신장개업했다. 오픈 뒤 맥주 판매와 점심 식사 손님으로 인해 매출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근무 시간만 늘어나고 수익은 기대만큼 늘지 않자 최근 점포를 매물로 내놓았다.
정씨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해당 지역의 상권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컨설팅 회사의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인 점이다. 이대 상권의 특색은 보세 의류점과 미용실이 강세 업종으로 이 지역을 찾는 주요 고객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초반의 여성들이다.
이들은 주로 이면로 곳곳에 숨어 있는 싸고 맛있는 집을 찾거나 의류점 사이 사이에 숨어있는 분식집을 찾아 점심식사를 해결하는데 정씨는 이모작 창업을 위해 단조로운 식사메뉴를 급하게 추가하다 보니 특색이나 맛에서 주변 점포와 경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야간 주류판매 역시 이 지역이 신촌상권과 인접해 있어 상대적으로 야간 먹자골목 상권이 활성화 되어 있는 신촌으로 고객을 빼앗기다 보니 이대 인근의 주점들은 일부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 외에는 경쟁력이 없었다. 더욱이 무리한 이모작 창업으로 점포의 컨셉트가 바뀌다 보니 고정 고객까지 잃어버렸던 것이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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