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외교통상부에서 국제경제국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환경국장으로 130 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공개 선발되어 이 달 말 부임할 예정이다. 중앙 부처 국장급 공무원으로서 유엔 사무국 국장으로 공모된 경우는 거의 최초가 아닌가 생각된다.그 동안 외교부에서 환경 업무를 오래 다루어 왔던 사람으로서 아·태 지역 환경 협력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직접 주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ESCAP 환경국에서는 에너지와 수자원 문제도 함께 관장하고 있는 만큼, 동북아에서 에너지와 환경 협력 및 황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에도 역점을 두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유엔 분담금을 내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인재들의 국제기구 진출은 우리 국력에 비해 무척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과장급 이하 실무 직위에 진출하는 숫자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실질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장급 이상 간부직 진출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기구의 역할이 증대될수록 간부급 직위에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진출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국력과도 직결되어 있다고 하겠다. 필자는 유엔 대표부에 근무하면서 유엔 사무국 고위직에 근무하는 인재들이 음으로 양으로 출신 국가의 국익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수 차례 목도한 바 있다.
국제기구 고위직에는 민간, 학계 전문가들이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나, 정부에 근무하던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기구에 진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들이야말로 국제기구 업무의 직접 담당자로서 정부와 관련 국제 기구 간의 협력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이 부진한 이유는 첫째 국제적 경쟁력과 전문성의 부족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인센티브 부족 때문이다.
각 부처 국장급 공무원들의 경우 개인 경력 관리 면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런 지위와 유무형의 혜택을 포기하고 굳이 국제기구에 진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계 2 위의 국제기구 분담금을 내고 있는 일본도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인센티브 제도를 연구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정부 인사 혁신의 하나로 중앙 부처 국장급 공무원 교류가 이루어졌고, 이들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 고위 공무원단의 일원으로 특정 부처의 경계를 넘어 인사상의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어 국제기구 고위직에 진출한 경우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인사상의 인센티브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제기구 진출 공무원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되어 앞으로 더 많은 공무원들이 다양한 국제기구 간부로 진출하여 국력 신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정래권 유엔 ESCAP 환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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