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중교통시스템이 개편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은 여전하다. 중앙차로제로 인한 교통혼잡은 '버스 기차'라는 오명을 낳았고 퇴근길 지하철역과 버스정거장에는 환승을 위해 줄지어 서있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각종 문제점들이 발생함에 따라 서울시는 부랴부랴 정기권이라는 임시방편을 내놓았지만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정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서울의 낙후한 도로교통체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서울은 인구, 도로, 주택 등이 이미 과포화 상태로 치달아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혁신적 성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선진화된 도로교통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스템 개편으로 인한 일시적 불편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불편이 제도변화에 따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서울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행정활동 전반에 대한 '경험적'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는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과 졸속행정이 빚어낸 많은 문제들을 경험했다. 지난 정권 때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했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지금까지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것은 많은 채무자들의 개인적 고통 차원을 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부처 간 의견합의가 아직도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미결 상태다. 말도 많았던 경부고속철의 경우 노선 변경에 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술적인 결함을 제거하지 못한 채 운행되고 있어 여러 종류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 정책은 충분한 숙고 뒤에 이루어져야 함이 당연하지만 특히 그 규모와 예상 효과가 클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현 정부는 신 행정수도 건설, 자주국방, 농어촌특별대책 등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10여년에서 길면 30여년간 시행될 이 사업들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마치 과거의 잘못된 정책방향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서울 중심의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여 각 지역을 균등하게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후보지 선정에서 투입비용에 이르기까지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모호한 모양새로 추진되는 행정수도 이전이 지금처럼 급진적 방법으로 추진될 경우 심각한 역기능이 예상된다. 어떤 정책에 대해서든 비판과 반대 여론이 있는 게 당연하다. 국민의 비판은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개선의 수단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비판의 긍정적 측면은 간과한 채 정치적 대립의 조장이니 대통령 불신임이니 하며 문제의 본질을 오인하거나 변질시키는 듯 하여 안타깝다.
정책혼선의 문제는 해결이 요원한 우리의 '화두'처럼 보인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치밀한 숙고 끝에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며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현재 국민들은 경제위기의 해결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고 있다. 장기화된 내수침체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나마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마저 감소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어 난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앞으로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시행하고 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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