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인 듯 꼭 껴안고 있는 연인. 하늘을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얼굴이 초록으로 표현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세계에서는 벌어지곤 한다. 피카소가“암소와 닭 좀 그만 그렸으면 좋겠다”고 빈정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동물들도 빈번하게 등장한다.15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세기 최고의 색채화가 샤갈(1887~1985)의 회고전‘색채의 마술사-샤갈’에서 그의 작품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서울시립미술관 임근혜 큐레이터는 “샤갈만큼 작가 자신의 삶을 작품에 많이 담은 경우도 드물다”며 “동유럽 유대계 출신으로 이국을 떠돈 자신의 처지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고 말한다. 샤갈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면, 샤갈전에 대한 이해가 한결 수월해진다.
● 하늘을 떠다니는 연인
사랑의 기쁨, 행복의 감정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 1915년 벨라와 결혼한 뒤 샤갈의 작품에는 러시아 혁명의 혼란한 사회상도 잊은 듯 행복의 감정이 충만하다.‘도시 위에서’가 대표적인 작품. 중력 등 현실세계의 구속을 모두 떨치고 사랑과 행복에 충만한 샤갈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공중을 걷거나 떠다니는 사람들은 초기부터 샤갈의 작품에 등장했다.
회화 공부를 위해 처음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샤갈은 가난하고 고달픈 자신의 삶, 그리고 유대인의 처지를 공중에 떠있는 사람으로 빗대어 형상화했다고 한다. 유대어로 ‘공중에 뜬다’는 것이 ‘구걸’을 의미하는데, 이를 시각화한 것이다.
● 초록색 얼굴
‘음악’‘파란 얼굴의 약혼녀’등 샤갈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초록색 얼굴을 한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유대적 문화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유대어로 초록빛이 ‘행복’ 또는 ‘행운’을 뜻하는데, 그것의 시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 동물들
삼촌이 가축판매상인 탓에 유년시절 동물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닭, 암소,염소 또는 동물의 얼굴을 한 사람이 등장하곤 하는데, 샤갈은 순진무구하면서도 평생 노동을 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존재인 동물과 자신을 동일시했다.‘수탉’이 팔레트를 쥐고 있는 모습 등 동물의 형상을 빌려 작품 속에 스스로를 등장시킨 셈이다.
● 꽃
러시아를 영원히 떠나 1924년 파리로 돌아온 당시,샤갈은 명성이 상당히 알려진 화가였다. 꽃의 등장은 경제적 여유와 명성 덕분에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을 반영하는 한편,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소재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상업성에 눈을 떴다고도 풀이된다. 또 꽃다발을 선물하는 연인의 모습 등 화사한 꽃다발은 사랑에 빠진 삶의 환희를 상징한다.
● 그리스도
샤갈은 유대인으로서 구약성서의 에피소드를 형상화한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신약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모습 등도 그리는데, 그리스도는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비유한다. 심지어 그리스도가 팔레트를 들고 있는 모습도 작품에 등장한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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